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 열강, 특히 영국이 채택했던 중상주의(mercantilism), 즉 상업 체제는 국가의 부를 금·은 같은 귀금속의 축적에서 찾는 경제 정책이었습니다. 이 체제 아래에서 식민지는 본국의 번영을 위한 도구로 여겨졌으며, 그에 따라 식민지들에게는 명확한 역할이 부여되었습니다.
식민지에 기대된 세 가지 역할
1. 원자재의 공급처
영국 식민지들은 우선 원자재(raw materials)의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북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식민지들은 담배, 면화, 설탕, 목재, 인디고, 모피 등 본국에서 생산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자원을 대량으로 생산했습니다.
2. 본국으로의 원자재 수출
생산된 원자재는 모국(本國), 즉 영국으로 운송되어야 했습니다. 항해법(Navigation Acts)과 같은 법률은 식민지 무역선이 반드시 영국 선박을 이용하고 영국 항구를 거치도록 강제함으로써, 무역 이윤이 전적으로 본국에 귀속되도록 했습니다.
3. 완제품의 판매 시장
영국은 수입한 원자재를 자국의 공장과 장인을 통해 제조품(manufactured goods)으로 가공했습니다. 직물, 금속 제품, 도구, 사치품 등으로 만들어진 완제품은 다시 식민지에 되팔렸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영국은 원자재를 저렴하게 확보하는 동시에, 완제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이중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방향적 무역 구조의 결과
이러한 중상주의 무역 구조는 본국인 영국에는 풍부한 부를 안겨주었지만, 식민지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구조였습니다. 식민지 사람들은 값싸게 팔아넘긴 원자재를 가공된 형태로 비싼 값을 치르고 다시 사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식민지가 자체적으로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법으로 제한되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경제적 억압과 무역 통제는 식민지 주민들의 불만을 누적시켰고, 이는 훗날 미국 독립 전쟁과 같은 저항 운동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요컨대 중상주의 체제 아래에서 영국 식민지들은 '원자재를 공급하고, 본국의 완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예상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