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라비라(Dholavira)는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에 위치한 고고학 유적지로, 1990년부터 고고학자들이 발굴해 온 고대 도시입니다. 인더스 강 유역 문명을 대표하는 5대 도시 중 하나이자 당시 최대 규모의 항구 도시로 평가받으며, 202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 유적지는 계절에 따라 기수 습지로 변하는 점토 사막, 이른바 란 오브 쿠치(Rann of Kutch)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몬순 시즌이 되면 두 개의 강이 유적지를 완전히 둘러싸면서 이곳을 카디르 벳(Khadir bet)이라는 섬으로 바꿔 놓는데, 바로 이 독특한 지리적 조건이 도시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3,450년 전 쓰나미, 도시를 집어삼키다
연구진은 최근 약 3,450년 전 대규모 쓰나미가 이 도시를 파괴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쓰나미라는 재난을 직접 겪은 것으로 확인된 가장 오래된 도시 정착지라는 뜻으로, 고대 문명 연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발견입니다.

기원전 2650년부터 이어진 도시의 역사
약 47헥타르에 달하는 사각형 설계를 지닌 돌라비라는 기원전 2650년경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서서히 쇠퇴하다 기원전 2100년경 버려졌다가 기원전 1450년경 다시 자리잡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7년 J. P. 조시(J. P. Joshi)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유적지는 1990년대에야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고, 이후 하라파(Harappa), 모헨조다로(Mohenjo-Daro), 가네리왈라(Ganeriwala), 라키가르히(Rakhigarhi), 칼리방안(Kalibangan), 루프나가르(Rupnagar), 로탈(Lothal)과 함께 인더스 문명의 가장 중요한 정착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돌라비라를 구분 짓는 차이점은 분명합니다. 도시 전체가 미리 설계된 기하학적 계획에 따라 조성되었고, 이중 성벽으로 요새화된 아크로폴리스가 있으며, 하라파나 모헨조다로에서 사용된 벽돌과 달리 모든 건물이 돌로 지어졌다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력 시스템
또 하나의 특징은 물 관리 기술입니다. 비와 강물을 저장하기 위한 수로와 저수조로 구성된 정교한 수력 시스템(댐 흔적은 다른 지점에서도 발견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역시 완전히 돌로 건설되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미 평균 깊이 약 7미터, 길이 89미터에 이르는 16개 이상의 저수지를 확인했습니다.
2014년에는 길이 73미터, 폭 29미터, 깊이 10미터의 직사각형 우물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는 모헨조다로의 유명한 대욕장보다 무려 3배나 큰 규모입니다.
미스터리로 남은 원형 구조물과 출토 유물
현장에서 발견된 구조물 가운데는 7개의 원형 구조물이 있는데, 정확한 용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최초의 불교 사리탑과 유사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도자기 조각, 조각품, 거울과 망치 같은 청동기, 남근 상징물, 새겨진 인장, 금 장신구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인더스 문자 최대급 비문의 발견
돌라비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일종의 상징 문자 체계입니다. 원래는 목판 위에 석고 조각을 배열해 10개의 큰 기호, 즉 문자를 이룬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지만 글자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각 글자의 높이는 37센티미터, 목판의 길이는 약 3미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인더스 문자 가운데 가장 큰 비문 중 하나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호판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문명의 완성된 문자 해독 능력을 입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성벽과 퇴적물이 말해주는 쓰나미의 증거
인도 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진은 도시 남부를 두른 폭 14~18미터의 성벽이, 이 지역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쓰나미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이 정도로 두꺼운 벽은 무기의 파괴력이 점차 강해지던 훨씬 후대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현장 퇴적물 분석에서 나왔습니다. 퇴적층에서 미세한 껍질을 지닌 해양 생물인 유공충(foraminifera)의 화석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는 해당 퇴적물이 육지 깊숙이 밀려온 대규모 쓰나미의 결과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며, 3,450년 전 그 거대한 파도가 번영한 항구 도시 돌라비라의 운명을 바꿔 놓았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