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적 접근 방식을 통해 연구진은 프랑스 쇼베-퐁다르크 동굴(Chauvet-Pont d'Arc)에 대한 인간과 동물의 거주 연대기를 하나의 시간 축 위에서 재구성하는, 지금까지 없던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쇼베-퐁다르크 동굴(아르데슈)의 '사자의 패널'
벽화 예술의 세계적 보물
선사시대 벽화 예술의 세계적 보물인 쇼베-퐁다르크 동굴은 매혹적인 구석기 회화들과 함께 오늘날에도 그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베이지안(Bayesian)' 통계 기법을 활용한 연구자들은 약 48,000년 전 동굴곰을 비롯한 동물들이 먼저 이곳을 거쳤고, 이후 약 37,000년 전부터 인간이 이곳을 찾았다는 완전히 새로운 거주 시나리오를 내놓았습니다.
1994년 프랑스 아르데슈(Ardèche) 지역에서 세 명의 동굴 탐사가에 의해 발견된 이 장식 동굴은, 원본에서 멀지 않은 라잘(Razal) 복원 공간에서 정교하게 재현된 복제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존을 위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이 동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벽을 장식한 사자·말·털코뿔소 그림들은 오늘날까지도 전문가들의 꾸준한 연구 대상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선사시대의 성당'이라 불립니다.

웅장한 코뿔소와 사자 패널. ©프랑스 문화통신부
베이지안 통계로 엮은 259개의 연대 데이터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베이지안 통계를 활용해 "인간과 동물의 활동을 포함한 동굴의 완전한 역사를 처음으로 동일한 시간 척도 위에 복원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수학적 접근법은 고고학, 고생물학, 지형학 등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단일 모델로 통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 방법론의 개척자인 아니타 킬스(Anita Quiles)는 카이로 소재 프랑스 동양고고학연구소(IFAO) 고고측정센터 소속의 물리학자로, 기존에 탄소연대측정, 우라늄-토륨 연대측정 등 다양한 분석 방법으로 얻어진 259개의 연대 데이터를 재구성해 동굴 생활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정밀한 연대기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고고학의 'BP(Before Present, 현재로부터 몇 년 전)' 방식이 아닌 달력상의 실제 연도로 연대가 처음 공표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두 차례의 인간 거주 시기
이번 결과는 인간이 서로 다른 두 시기에 걸쳐 동굴을 방문했다는 일관된 시나리오를 제공합니다. 아니타 킬스는 "첫 번째 인간 거주는 37,000년 전부터 33,500년 전까지, 두 번째 거주는 31,000년 전부터 28,000년 전까지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작품은 첫 번째 거주 시기에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사이앙스 에 부니르(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는 또한 "이 연대들은 물론 숯으로 제작된 작품에 해당하며, 색소 안료를 직접 연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쇼베 동굴에서 동굴곰들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이곳을 거처로 삼았습니다.
동굴곰의 흔적과 동굴의 봉쇄
동물 거주 측면에서 이번 연대 측정 결과는 동굴곰이 약 48,500년 전부터 33,300년 전 사이에 이 동굴을 이용했음을 보여줍니다. 아니타 킬스는 "이제 동굴이 29,000년 전에 부분적으로 막히고, 23,000년 전과 21,000년 전에 완전히 닫히는 모델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녀는 "28,000년 전 이후에는 인간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벽화 제작을 포함해 쇼베-퐁다르크 동굴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이 시기보다 이전이다. 벽화는 인간 활동과 관련된 것이므로 반드시 이 연대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벽화의 하한 연대를 가늠하게 해주는 결정적인 논거입니다.
* 파라오 시대 이집트의 연대 모델링 연구에 이어 아니타 킬스는 베이지안 통계를 다른 고고학 분야로 확장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기법은 고고측정학, 특히 연대 측정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 "A high-precision chronological model for the decorated Upper Paleolithic cave of Chauvet-Pont d'Arc, Ardèche, France", PNAS, 10.1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