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속까지 미쳤던 대멸종의 파문
약 6,500만 년 전 거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비조류 공룡은 완전히 멸종했고, 당시 지구에 서식하던 생물 종의 약 50%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 참사의 여파는 가장 깊은 심해까지 닿아 해양 생태계 역시 순식간에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깊은 바다 밑바닥에 살던 일부 생물들은 이 재앙 속에서도 기묘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미스터리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소행성 충돌은 지표면의 동식물을 사실상 전멸시켰고, 특히 심해 생물들의 먹이원이었던 나노플랑크톤의 무려 93%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미세 생물이 만든 '영양 안전망'
그러나 최근 연구가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대서양 해저에서 채취한 시추 코어에 남아 있는 표층 껍질 화석과 심해 생물 유해를 분석한 결과, 소행성 충돌 직후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특정 조류와 박테리아가 버텨낸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 미세 생물들은 끊임없이 유기물을 생산해 해저로 공급하는 역할을 했고, 덕분에 해저 바닥에 서식하던 생명체들이 먹이를 구해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카디프 대학(University of Cardiff)의 헤더 버치(Heather Birch)는 학술지 지질학(Geology)에 게재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순식간에 멸종하는 파란 속에서도, 조류와 박테리아 같은 일부 광합성 생물은 생존해 심해 저서 생물들에게 먹이를 계속 공급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시기에 대해 잘못 이해되어 온 질문에 답을 내린 셈입니다."
예상보다 두 배나 빨랐던 생태계 회복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해양 생태적 지위(niche)가 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도 계산했습니다. 멸종으로 텅 빈 생태적 지위가 새로운 생물들로 다시 채워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70만 년으로, 기존 추정치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였습니다.
버치는 "이후 심해의 먹이 공급망은 신종의 등장으로 완전히 복원되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공룡 운명을 갈랐던 몇 년의 차이
소행성이 충돌하기 약 100만 년 전인 6,600만 년 전, 지구는 이미 격변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활발한 화산 활동과 함께 기온과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환경적 대혼란이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초식 공룡 개체 수 감소로 이어졌고, 이들을 사냥하던 육식 공룡까지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뜨리며 공룡 전반을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과학자들은 만약 소행성이 몇 년만 더 일찍 또는 늦게 떨어졌다면, 공룡은 이 충돌에서 벗어나 생존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