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종간 교배가 만든 유전적 선물, 인류는 어떻게 지구 전역을 정복했나

유전적으로 거리가 있는 두 개체가 번식하면, 진화적으로 유리한 형질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유전자 도입(introgression)'이라 하며, 바로 이 메커니즘이 우리 인류의 진화를 가속화해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게 해주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종간 교배가 만든 유전적 선물, 인류는 어떻게 지구 전역을 정복했나

즉, 서로 다른 인류 종 사이에서 벌어진 로맨스가 우리의 진화를 앞당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전자 도입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유전자 도입이란 잡종 교배를 통해 한 종의 유전자가 다른 종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생존에 유리한 적응 형질을 전달함으로써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 종(호모 사피엔스) 역시 이 현상의 혜택을 입었는데, 특히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과 데니소바인 같은 근연 인류 종 사이에서 일어난 유전자 도입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별개의 종이었던 만큼 이들의 게놈은 원래 우리 것과 크게 달랐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전 정보는 해로워서 도태되었을 터였지만, 놀랍게도 그중 일부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 유전 정보가 특정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한층 높여준 것입니다.

지구 정복을 도운 고대 유전자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처음 만난 것은 수천 년 동안 해당 지역에 살아온 '사촌들'이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중동에서, 데니소바인은 아시아 동부와 북부에서 각각 그 지역의 환경 조건에 맞춰 진화해 온 상태였습니다.

비록 서로 다른 종이었지만 당시 사피엔스는 이들과 유전적으로 아직 충분히 멀지 않았고, 그 결과 교배가 가능했습니다. 이런 교배가 몇 번이나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프리카계를 제외한 모든 현대인의 게놈 중 2~7%가 이들 다른 종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유전 정보 중 적어도 일부는 우리 조상들이 낯선 환경에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2016년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더 강한 면역 저항성과 함께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 더 잘 맞는 피부 색소 관련 유전 변이를 우리에게 물려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조상은 유럽의 추위에 더 잘 적응하고 그곳의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데니소바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Nature에 실린 연구는 데니소바인이 티베트 고원의 고지대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또한 2019년 7월 PNAS에 발표된 연구는 아시아 계통 '사촌들'이 물려준 또 다른 특징인 '세 뿌리 어금니(three-rooted molars)'를 조명했습니다.

세 개의 뿌리를 가진 어금니는 현대인에게 매우 드문 편이지만, 중국과 북부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에서는 40% 이상의 사람에게서 발견됩니다. 이 연구를 이끈 뉴욕대학교의 연구자 샤라 베일리(Shara Bailey)는 "어금니에 뿌리가 하나 더 있으면 그 어금니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빨을 도구처럼 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에 사는 이누이트는 옷을 만들 재료로 쓰려고 해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 때 이빨을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종 안에서 일어난 유전자 도입, 질병으로부터의 방어?

흥미롭게도 유전자 도입은 같은 호모 사피엔스 안에서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집단 사이에서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습니다. 두 건의 최근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첫 번째 연구는 2015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되었으며, 5세기 전 유럶인과 아프리카인이 도착해 기존 원주민들과 섞이면서 일어난 라틴아메리카의 유전적 혼합을 다루었습니다. 연구진이 콜롬비아 메데진 시민들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약 75%가 유럽계, 약 18%가 아메리카원주민계에서 왔지만 약 7%의 아프리카계 게놈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아프리카계 게놈에 말라리아로부터 보호해 주는 면역계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라리아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양쪽에 존재하는 질병이므로, 이 저항성은 해당 지역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며, 초코 주 정글과 가까운 메데진의 콜롬비아인들이 이 유전 정보를 보존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두 번째 연구는 2018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으며,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정착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이곳에서는 1,000년도 채 되지 않아 아시아계 집단과 아프리카계 집단이 혼합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마다가스카르 주민 대다수의 게놈은 약 40% 아시아계, 60% 아프리카계로 거의 균등하게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1번 염색체의 한 영역만은 예외적으로 아프리카계 게놈이 거의 순수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이 영역은 염색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그중 90% 이상이 아프리카 기원입니다.

"이 영역에는 말라리아의 원인 병원체 중 하나인 Plasmodium vivax(열대열 말라리아 원충)에 대한 저항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 연구자이자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티에리 르텔리에(Thierry Letellier)는 "아시아인이 아프리카인과 혼합되며 두 게놈이 섞이는 과정에서 이 유전자가 더 나은 생존율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오늘날에도 유익한 유전 변이는 확산될까?

두 연구는 우리 종의 근대 역사에서도 적응적 유전자 도입 현상이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티에리 르텔리에는 "우리는 대규모 유전적 혼합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인도양의 정착 사례는 세계화 속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아주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연구의 제1저자 드니 피에론(Denis Pierron)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합니다. "진짜 질문은 아직 유익한 유전 변이가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특히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변이라면 반드시 확산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