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머스 록에 도착한 배들, 메이플라워호만 있었을까?
1620년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처음 상륙한 곳으로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플리머스 록(Plymouth Rock). '플리머스에 도착한 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메이플라워호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갓 설립된 식민지를 지키기 위해 여러 배가 잇달아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플리머스 식민지의 초창기를 함께 만든 배들을 시기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메이플라워호(Mayflower) — 전설의 시작
가장 잘 알려진 배는 단연 메이플라워호입니다. 1620년 9월 영국 플리머스 항을 출발해 약 66일간의 험난한 항해 끝에 같은 해 11월 플리머스에 도착했으며,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100여 명의 청교도, 이른바 '필그림 파더스'를 실어 나랐습니다. 이들은 배 위에서 '메이플라워 서약(Mayflower Compact)'이라는 자치 협약을 맺었고, 이 문서는 훗날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로 평가받습니다.
2. 포춘호(Fortune) — 두 번째 배
포춘호는 1621년 11월, 메이플라워호 출항으로부터 약 1년 만에 플리머스에 도착한 소형 배입니다. 약 35명의 새로운 정착민과 함께, 첫 겨울을 힘겹게 버텨낸 식민지에 꼭 필요한 물자를 실어 왔습니다. 다만 귀항길에 프랑스 사략선에게 나포되어 적재 화물을 모두 잃는 불운을 겪기도 했습니다.
3. 앤 호(Anne) — 가족과 희망을 실어 온 배
앤 호는 1623년 7월 플리머스에 입항했습니다. 앞서 건너간 정착민들의 아내와 자녀 등 약 90명의 가족이 탑승하고 있었고, 이들의 도착으로 식민지의 분위기는 한층 안정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참고로 훗날 총독으로 장기 집권한 윌리엄 브래드퍼드는 앤 호가 아니라 메이플라워호의 승객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재혼 상대였던 앨리스 카펜터 사우스워스가 앤 호를 타고 도착해, 두 사람이 플리머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4. 리틀 제임스호(Little James) — 보급 전문 배
리틀 제임스호는 1623년 8월, 앤 호와 거의 같은 시기에 플리머스에 도착했습니다. 본래 화물 운송용으로 건조된 배로, 추가 보급품과 일부 정착민을 실어 왔으며 이후에는 식민지의 어업과 무역 활동에도 동원되었습니다.
5. 차리티호(Charity)
차리티호는 1624년경 플리머스 인근 해역에서 활동한 것으로 기록된 배로, 추가 정착민을 실어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 시기의 항해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세부 사항 중 일부는 확실하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마무리 — 플리머스를 지탱한 배들
플리머스 록은 메이플라워호의 상륙지로만 기억되지만, 그 뒤를 이은 포춘호, 앤 호, 리틀 제임스호 등이 없었다면 식민지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 척의 배로 시작된 작은 공동체가, 여러 배가 실어 온 사람들과 물자 덕분에 미국 역사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