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병사들은 독일군 병사를 가리키는 멸칭으로 '프리츠(Fritz)'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별명은 독일에서 흔히 쓰이던 전형적인 이름인 '프리드리히(Friedrich, Frederick)'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국 군인들에게 독일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호칭이 되었습니다.
프리츠와 토미: 서로를 부르던 별명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군 역시 영국군 병사들을 '토미(Tommy)'라고 불렀는데, 이는 영국의 대표적인 남성 이름인 토머스(Thomas)에서 온 것입니다. 즉, 양측 모두 상대 국가의 전형적인 이름을 빌려 적진의 병사들을 지칭했던 셈입니다.
멸칭이지만 담긴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물론 '프리츠'와 '토미'라는 별명에는 경멸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호칭들은 오랜 기간 참호전을 벌이며 마주 선 양측 병사들 사이에 형성된 일종의 친근함과 익숙함을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수년간 같은 전선에서 대치하며 지낸 병사들은 상대를 추상적인 '적'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별명들이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프리츠'라는 용어는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언어적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