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스 3세가 아케나텐을 제외한 모든 왕의 기록을 파괴하려 했다는 것은 흔한 오해입니다. 실제로 기록 말살의 대상이 된 인물은 바로 아케나텐 자신이었습니다.
아케나텐은 기원전 1353년부터 1336년까지 약 17년간 고대 이집트를 통치한 파라오로, 재위 중 종교와 예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해 큰 논란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그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전통적인 다신교를 폐지하고 태양 원반 신 아톤을 유일한 신으로 숭배하는 일신교적 체계를 도입했으며, 예술 양식 역시 기존의 이상화된 표현에서 벗어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전환했습니다.
후계자들의 기록 말살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상황은 급변합니다. 라메스 3세를 포함한 후대 파라오들은 아케나텐의 존재와 업적에 대한 모든 흔적을 지우려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종교적·이념적 차이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거쳐 고대 이집트의 전통적인 종교 관습과 예술 양식을 되찾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케나텐과 관련된 수많은 기념비와 조각상, 유물들이 파괴되거나 훼손되었고, 그의 이름은 공식 기록에서 삭제되며 역사 속으로 잊혀져 갔습니다. 이처럼 아케나텐의 흔적 말살은 단순한 정치적 복수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려는 고대 이집트 통치자들의 의도가 담긴 대규모 역사 수정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