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200년 가까이 그리스에서 영광의 자리를 지켜온 시베리아풍 러시아 기념비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남서부, 메시니아 지방의 나바리노(Navarino). 바닷가에는 시베리아풍 양식으로 지어진 러시아 정교회 교회가 우뚝 서 있고, 그 곁에는 러시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바리노 해전과 러시아 전몰자 기념비

러시아 전사자 기념비는 메시니아의 항구 도시 피로스(Pylos)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스팍테리아(Sphakteria)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기념비는 1827년 나바리노 해전 45주기였던 1872년에 세워졌으며, 건립 비용은 러시아 해군이 전액 부담했습니다.

당시 나바리노 해전은 그리스 독립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은 해상 전투였습니다. 영국·프랑스·러시아 연합 함대가 오스만 제국-이집트 연합 함대를 격파하면서 그리스 독립에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러시아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념비 중앙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대리석 명판이 박혀 있습니다.

“1827년 10월 8일(그레고리력 10월 20일) 나바리노 해전에서 전사하여 이곳 인근에 안장된 이들을 기리며”

명판 주변에는 1889년 러시아 선원들이 전사한 동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손수 심은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지금까지도 푸르게 남아 있습니다.

200년 가까이 그리스에서 영광의 자리를 지켜온 시베리아풍 러시아 기념비

이 러시아 전몰자 기념비는 오늘날에도 그리스를 방문하는 러시아 군함의 선원들이 일차적으로 들러 헌화하고 경의를 표하는 의미 있는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주님 부활 교회와 소련 시대의 추모비

러시아 전사자 기념비 바로 옆에는 주님 부활 교회가 자리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성찬예배가 거행되며, 전사자들을 기리는 추모 기도도 함께 드려집니다.

1960년에는 대리석 비석 근처에 닻 장식과 소련 국장이 새겨진 추모 기둥이 추가로 세워졌습니다. 기둥에는 “…나바리노 해전에서 영웅적으로 전사한 러시아 선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시대가 바뀌어도 전사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이어져 왔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