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100년 전 우리는 왜 매일 정장을 입었을까? 정장에서 캐주얼까지, 100년 패션 변천사

모든 남성이 정장을 입던 시절

1900년대 초반의 오래된 사진들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거의 모든 남성이 일상적인 공공 장소에서도 정장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서구 국가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정장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특별한 자리에서만 찾는 '엄격한 복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답을 찾으려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정장의 진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세계대전이 남긴 정장의 상징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검은색 또는 회색 정장에 보울러 햇(중산모자)을 매치하는 것이 남성의 모든 외출에 통용되는 '표준'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스타일은 지속됐다.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꿈꾸던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정장이 상징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시절에도 낙관과 희망, 그리고 일상의 정상성을 상징하는 옷 한 벌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었다.

당시 복장은 군복 규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바지는 좁아졌고, 실내 난방이 기본이 아니었던 만큼 조끼는 필수 아이템이 됐으며, 재킷은 적당한 두께로 변했다.

1930년대는 네덜란드 출신 재단사 프레데릭 솔티가 이름을 남긴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더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담은 '런던 컷'을 선보이며 정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조로움의 귀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온 수백만 명의 군인들이 입었던 것이 소위 '디몹(demob)' 복장이다. 재킷, 바지, 셔츠, 코트, 모자, 양말, 신발로 구성된 이 옷차림은 전쟁의 종식과 일상의 회귀를 알리는 상징이었다. 이 시기에는 스코틀랜드 트위드 정장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1940년대에는 무채색이 다시 유행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조끼 없이 단 줄(single-breasted) 재킷을 선호했고, 바지 주름도 덜어내며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색조를 유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복장은 전후 보수주의 문화와 맞닿았고, 자신과 다른 사회적 위상을 드러내고 싶었던 노동자들에게도 사랑받았다.

1960년대 혁명과 캐주얼의 탄생

이 보수적인 분위기는 196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무너졌다. 당시 반문화 운동은 패션 전반에 혁명을 일으켰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정장의 색감·질감·패턴 실험에 나섰다. 이 시기는 재킷의 순을 늘려 폭을 넓힌 조르조 아르마니의 등장으로도 기억된다.

검정과 회색의 정장에서 화려한 색의 정장으로 — 이 전환은 서구 사회에서 '무겁고 딱딱한 복장'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예외는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10년대의 노퍽 재킷이다.

노퍽 재킷은 사격과 같은 스포츠를 위해 설계됐으며, 미국 문화와 깊이 연결됐다. 1920년대 후반부터 미국 남성들은 대학에서 전통적인 정장 대신 스포츠 재킷을 입기 시작했다. 점차 스포츠 재킷을 스웨터 같은 다른 옷과 매치하는 방식이 '캐주얼(casual)', 곧 '편안한 차림새'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캐주얼 복장으로의 또 다른 전환점은 1920년대 후반 반바지의 등장이었다. 당시 자전거 열풍이 불면서 남녀 모두 자전거를 탈 때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이르면 여성들은 티셔츠, 청바지, 칼라 셔츠를 입었고, 남성들 사이에서는 긴 머리가 유행했다. 점차 남녀 복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수렴 현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에는 서구의 복장 기준이 상당히 캐주얼해졌고, 정장 역시 한층 편안한 인상을 갖추게 됐다.

넥타이 지배의 종언, 비즈니스 캐주얼의 시대

1990년대 정장의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넥타이의 절대적 지배가 끝났다는 점이다. 이렇게 느슨해진 복장 기준은 오늘날 '비즈니스 캐주얼'이라 불리는 스타일로 이어졌다. 폴로 셔츠, 블레이저, 치노 팬츠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정장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세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왔다. 오늘날 셔츠는 티셔츠로 대체됐고, 청바지 역시 격식 있는 옷의 영역까지 진입했다. 미국 문화에서 '경직된' 표준 복장이 사라진 것은 서구 전체의 복장 기준에 영향을 미쳤다. 실리콘밸리 CEO들 사이에서 '릴랙스드 포멀(relaxed formal)' 스타일이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은 것이 그 증거다.

패션 심리학이 말하는 개성의 시대

네바다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의 역사학자 다이드리 클레멘테는 워싱턴포스트에 "캐주얼함은 평범한 중산층 미국인처럼 보이는 것과, 선택지가 무궁무진하게 열린 사람이 되는 것 사이의 경계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세기 초 사람들은 더 야심 차게 옷을 입었다. 실제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것처럼 보이길 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궁극적인 '개인화(individualization)' 시대에 산다. 따르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문화적 기준이 워낙 다양해졌고, 옷은 우리 개성을 상징하는 강력한 매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위 '패션 심리학'과 정확히 들어맞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