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근세 성곽은 '명성(名城)', 즉 유명한 성으로 불립니다.
물론 '유명한 성'이 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은 본래 군사 시설이기 때문에 군사적 교묘함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그런 관점에서 평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근세 성곽은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이며, 이러한 점 덕분에 각 지역의 성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유명한 성의 조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근세 성곽이란 무엇일까?
에도 시대에는 성주급 다이묘의 거성, 특별히 인정된 대번의 지성, 막부 직할의 성 등을 포함해 약 180개의 근세 성곽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대부분의 근세 성곽은 전국시대 말기에 축조되거나 개축되었습니다. 축성 기술을 익힌 다이묘와 설계자들이 전국을 떠돌며 일했던 탓에 지역 간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즉, 근세 성곽에는 질적인 우열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유명한 성의 조건을 꼽자면, 바로 규모입니다. 규모는 곧 성을 쌓는 데 투입된 인력과 에너지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에도성,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같은 웅장함은 그 자체로 유명한 성이라 불릴 만합니다.
잠깐 화제가 샜지만, 성에 관한 글을 쓰다 보면 '근세 성곽'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체 근세 성곽이란 무엇일까?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조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본의 성은 중세(가마쿠라·무로마치 시대)와 근세(아즈치모모야마·에도 시대) 사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알기 쉽게 분류하자면 오다 노부나가가 아즈치성을 축조하기 전후를 기점으로 축성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든 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아즈치성 이전에는 천수각이 없었습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돌담(석벽)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롯카쿠씨의 관인사성(觀音寺城)이 견고한 석벽으로 축조된 몇 안 되는 예였을 뿐입니다.
그러다 도요토미 정권이 수립되면서 근세 성곽의 축조 방식이 거의 확립되었습니다. 이 축성법이 오다·도요토미 계열의 다이묘들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여겨집니다.
빼놓을 수 없는 천수각의 존재
성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천수각이라는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히메지성의 백악 천수각, 마쓰모토성의 흑칠 천수각은 누구나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천수각은 12개뿐이지만, 적절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건된 천수각도 많습니다. 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천수각의 존재 역시 유명한 성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석벽의 웅장함
구마모토성, 가나자와성, 쓰야마성처럼 거대한 석벽으로 유명한 성들도 있습니다. 거석을 쌓아 올린 장대한 석벽에 감동을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느 의미에서 성의 석벽은 천수각보다도 일본 근세 성곽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수각의 우아함과 석벽의 위엄, 이 두 가지야말로 성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 구마모토성의 석벽 (지진 발생 이전 촬영 이미지)
* 이미지는 우라베 연구소에서 재인용했습니다. 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