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여신 이난나가 지킨 직업, 고대 수메르 매춘부 계층의 비밀

고대 수메르에서는 섹스가 거의 억제되지 않은 채 일상과 종교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수메르 판테온의 가장 위대한 여신은 이난나(Inanna), 즉 훗날 이슈타르(Ishtar)로 불린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사랑·섹스·전쟁의 여신이자 왕관의 상징이며, 무엇보다 매춘부의 수호자였습니다. 대체 어떻게 위대한 여신이 매춘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날 우리가 '매춘'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 성노예,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굴욕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요컨대 어두운 세계죠. 하지만 수메르인들에게는 전혀 달랐습니다. 당시 매춘부들은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여신 이난나 자신이 '신들의 창녀'였기 때문에, 매춘은 하나의 중요한 직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수메르의 신들이 인간을 경멸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 유일한 신은, 자신의 성(性)을 인간에게 나누어 준 이난나였습니다.

여신 이난나가 지킨 직업, 고대 수메르 매춘부 계층의 비밀

필자의 동포 루이스 로요(Luis Loyo)가 그린 이난나

매춘부들의 활동 양상은 시대와 도시에 따라 달랐고,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명칭들의 실타래를 완벽히 풀어내기란 어렵습니다. 다만 조금 일반화하면, 중요도 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일반 매춘부: 가장 낮은 단계로, 항구나 도시 입구에서 손님을 찾던 평민 출신의 매춘부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그저 또 하나의 직업이었기에 존중받았습니다. '맥주 아내(beer wife)'만 예외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는데, 이들은 선술집에서 일하는 노예로, 손님이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도 거짓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습니다(수메르인들이 얼마나 성에 개방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들이 멸시받은 것은 매춘부여서가 아니라 노예였기 때문입니다.
  • 샴하툼(Šamḫatum): 높은 급의 매춘에 종사하던 우아한 젊은 여성들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에스코트'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사회적 명성과 교양을 갖추었으며, 특정한 날에는 신전과 협력하여 신자들을 무료로 섬김으로써 더 큰 사회적 인정을 받았습니다.
  • 쿨마시툼(Kulmašītum): (때로 이 단어는 신전의 실무 직원을 가리키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하위 급의 신성한 매춘 여사제, 즉 히에로둘로스(hierodule)였습니다. 교육이나 교양이 결여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난한 과부나 고아가 이난나 신전의 히에로둘로스로 피신하곤 했는데, 이를 통해 굶주림을 피하고 사회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신체적 결함이 없는 사람만 받아들여졌다는 점입니다.
  • 케제르툼(Kezertum): 곱슬머리와 긴 머리로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히에로둘로스였습니다(일종의 헤어스타일 규정이 있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세속 매춘부를 도왔고, 동네의 작은 제단을 관리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아시눔(Assinum): 여장을 하고 화장을 한 남성들이었습니다(복장 착용자). 수메르인들은 유머와 조롱을 섞으면서도 동성애를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레즈비언주의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 이시타리툼(Ištarītum, 여성)과 이시타리움(Ištarīum, 남성): 최고위 성직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이들과만 잠자리를 가졌습니다. Nin-Dingir(여신)와 같은 일부 이시타리툼은 왕이나 총독과 동침했는데, 그것은 그녀가 현세에 환생한 여신이었기 때문입니다. 통치자와의 성행위를 통해 여신의 권위를 전달한 것이지요. 그런 의식이 없었다면 그 직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히에로둘로스 여사제가 신자 중 한 명과 잠자리를 가질 때, 그 행위를 통해 일한 것은 바로 여신 자신이었습니다. 성적 변형(transformation)의 신비로운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요컨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종교적 이유와 연민에서 비롯된 매춘이었습니다. 여사제들은 신성한 판테온이 인간에게 베푼 유일한 자비의 행위를 구현하는 존재였습니다. 아내가 이시타리움과 잠자리를 가졌다고 화낸 남편은 없었고, 케제르투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일하던 마누라에게 꽃병을 던진 남편도 없었습니다. 배우자가 높은 지위의 사람과 잠자리를 가졌다면, 그것은 당연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신전 유지를 위해 성직자들에게 일정 금액이 지급되었습니다. 모든 종교가 관료제적 성격을 띤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수메르 사회에서는 거의 숨쉬는 것조차 세금을 내야 했으니까요. 덧붙이자면 여사제들이 직접 신전을 운영·관리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오늘날 우리에게 혐오감과 의심을 불러일 것이 분명한,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의 이국적인 그림이 완성됩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수메르 사회는 점점 더 가부장적으로 변해갔습니다. 바빌로니아 시대에 이르러 여사제들은 더 이상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했고, 어떤 사업도 운영하거나 지휘하지 못했습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일은 남성의 몫이 되었고, 여사제는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한 역사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매춘은 신성한 행위에서 저속하고 끔찍한 성노예 행위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Joshua BedwyR 집필, 진한 푸른 세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