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전쟁(1853~1856)은 니콜라스 1세가 다스리던 러시아 제국이, 프랑스와 대영제국의 지원을 받는 오스만 제국(술탄 압둘메지드 1세)과 벌인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종교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동방으로 뻗치려는 팽창주의적 야욕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 전쟁은 많은 이들이 영화 경기병 여단의 돌격(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 1936)으로 기억하는 피비린내 나는 참화를 낳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티모시(Timothy)입니다. 포르투갈 선박에서 바다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그는, 1854년 존 에버라드 코트니(John Everard Courtenay) 함장이 지휘하는 영국 왕립해군 함선에 '입대'했습니다. 이후 여러 왕립해군 함선을 전전하며 크림 전쟁에 참전했고, 특히 세바스토폴 첫 포격 당시에는 HMS 퀸(HMS Queen)에 승선해 있었습니다.
1892년, 왕립해군에서 약 40년간 복무한 티모시는 마침내 제대했습니다. 그를 받아들인 곳은 코트니 가문, 즉 데본 백작(Earls of Devon) 가문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전쟁 이야기는 더더욱 꺼내지 않는 성격 덕분에, 그의 남은 삶은 데본 백작가의 거처인 파우더햄 성(Powderham Castle)에서 조용하고 평화롭게 이어졌습니다.
2004년 세상을 떠날 당시 그의 나이는 약 160세. 그는 크림 전쟁의 마지막 생존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첫째, 티모시는 이름과 달리 암컷이었다는 점. 둘째, 그가 사람이 아니라 지중해산 거북이였다는 사실입니다.
성의 정원에서 여러 해를 평화롭게 지내던 티모시에게 어느 날 가문 사람들은 짝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로 그 과정에서 그가 암컷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티모시'로 불러온 터라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았던 그들은, 그녀에게 "내 이름은 티모시입니다(My name is Timothy)"라고 적힌 배지를 달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현재 코트니 가문의 묘지에 잠들어 있습니다.

출처: BBC, 네이키드 사이언스 포럼(Naked Science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