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버킹엄궁 앞에서 위병 교대식을 구경하거나, 왕실 가족이 발코니에 선 모습을 뉴스로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버킹엄궁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궁전'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궁전은 버킹엄궁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바로 윈저성(Windsor Castle)입니다.
천 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最古)의 거주 성
윈저성은 11세기 정복자 윌리엄(윌리엄 1세)이 건축하기 시작한 이후 약 천 년 동안 영국 왕실과 함께해 온 역사 깊은 성입니다. 현재까지도 왕실 구성원이 실제로 머무는 성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면서 규모 또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시 평생 동안 주말마다 윈저성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버킹엄궁 대신 윈저성에 머무르며 공식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윈저성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왕실의 실질적인 삶의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왕실 결혼식의 무대가 된 곳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거행된 성 조지 예배당(St George's Chapel)도 윈저성 안에 있습니다. 이 예배당은 그 외에도 여러 왕실 결혼식과 장례식의 배경이 되어 왔으며, 역사 속 왕들의 무덤이 자리한 곳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언론이 집중 조명하는 왕실 행사들이 반복적으로 이곳에서 열리면서 윈저성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버킹엄궁이 갖는 위상
물론 버킹엄궁이 유명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버킹엄궁은 영국 군주의 런던 공식 관저이자 왕실 업무의 중심지로, 위병 교대식, 국빈 만찬,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 등 수많은 상징적 행사의 무대입니다. 특히 왕실 경축 행사 때 왕가가 발코니에 모여 인사하는 장면은 영국 왕실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론: 유명세의 차이는 '역사의 깊이'
정리하면, 버킹엄궁은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왕실의 공식 얼굴이라는 점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 년에 가까운 역사, 왕실 구성원의 실제 거주지라는 정체성, 그리고 왕실 결혼식 등 중요한 의전이 열리는 무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궁전은 의외로 윈저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궁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국 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