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넘어선 선사시대 예술의 세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과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동굴벽화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오래된 것이거나 가장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됨’의 기준으로 보면 약 4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벽화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고고학자들은 이 벽화가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부 동굴 벽화와 놀랄 만큼 흡사한 양식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양’에서는 나미비아의 브란트베르크 산이 손꼽힙니다. 훨씬 후대인 약 2,000년 전의 작품이지만 무려 45,000점에 달하는 벽화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곳이 아프리카에 있습니다. 하필 건조함으로 유명한 칼라하리 사막, 그중 보츠와나 영토에 속한 지역입니다.

'사막의 루브르'라 불리는 쓰딜로 언덕
쓰딜로(Tsodilo)는 네 개의 고립된 언덕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가장 큰 언덕은 해발 1,400미터(주변 평지보다 400미터 위)까지 솟아 있으며, 10제곱킬로미터 면적 안에 약 4,500점의 동굴벽화를 품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벽화는 거의 24,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라스코와 알타미라의 벽화(약 17,000년 전)보다 훨씬 앞선 시기입니다.
현지에서는 이 언덕들을 각각 남성(Macho), 여성(Female)(가장 높은 언덕), 아이(Child)라 부르며, 네 번째 언덕은 이름이 없습니다. 언덕 곳곳의 동굴에서는 7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 유물과 최소 20곳의 선사시대 광산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유산 덕분에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었으며, 유네스코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이곳을 세계 최대 규모의 벽화 예술 밀집 지역 중 하나로 소개하며 “사막의 루브르”라고 부릅니다.

서구 세계의 재발견과 본격적인 연구
대부분의 벽화는 ‘여성’ 언덕에서 발견되었으며, 그중 로렌스 반 데르 포스트(Laurens van der Post) 패널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 이름은 1958년 저서 『칼라하리의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of the Kalahari)』에서 이 벽화를 처음 소개한 남아프리카 작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898년 서구 세계에 재발견되었지만, 벽화가 법적 보호를 받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말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78년 보츠와나 국립박물관이 벽화 목록화 작업과 함께 수많은 동굴과 광산 발굴을 시작하면서야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 이곳에는 작은 박물관과 샤워 시설 등 편의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가이드를 고용해 주요 벽화를 둘러보는 투어도 가능합니다. 다만 500여 개의 벽화 구역 대부분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이 언덕이었을까?
무엇이 이 언덕들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요? 주변의 어떤 언덕에서도 벽화나 거주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구자들이 수십 년간 던져온 질문입니다. 답은 아마도 이곳이 성스러운 장소, 즉 현지 민족들의 첫 신들이 태어나고 죽는 곳으로 여겨졌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언덕이 수천 년 동안 수렵채집민들의 의례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정합니다. 붉은색 벽화 3,800점 이상은 산족(San, 부시먼) 조상들의 작품일 것으로 보입니다. 산족은 현재 보츠와나, 나미비아, 앙골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짐바브웨에 걸쳐 약 95,000명만이 남아 있습니다.

반면 약 200점의 흰색 벽화는 반투족에게 귀속됩니다. 반투족은 약 1,500년 전 아프리카 중서부에서 동부와 남부로 확산하며 부시먼의 영토를 차지한 민족 집단입니다.
벽화에 담긴 주제와 의미
벽화 대부분은 악천후와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열린 공간, 즉 바위와 계곡에서 발견되며, 일부만이 바위 그늘이나 동굴 내부에 보호된 채 남아 있습니다. 표현된 모티프는 주로 동물과 기하학적 문양이며, 사람 형상과 손 도장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기린, 영양, 코뿔소, 얼룩말, 코끼리, 소 등이 실루엣 형태로 주를 이루고, 사람 형상은 옷이나 도구, 무기의 흔적 없이 더욱 도식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성별 구분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흰색 물감은 이름 그대로 '흰 벽화의 외투(Coat of the White Paints)'라 불리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최소 7명의 기수와 바퀴 달린 전차가 그려져 있습니다. 말이 이 지역에 도입된 해가 1852년이므로, 이 기수 그림은 그 이전 것일 수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더 오래된 붉은색 벽화가 흰색 벽화보다 오히려 정교합니다. 흰색 벽화는 때때로 붉은색 위에 겹쳐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산족 원주민들의 전설에 따르면 쓰딜로는 생명이 탄생한 곳이며, 그들의 조상이 남긴 붉은 벽화는 최초의 동물들의 발자국과 첫 물을 찾던 여정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뱀 형상의 바위와 의례의 흔적
2006년 고고학자 실라 콜슨(Sheila Coulson)은 쓰딜로의 한 동굴을 조사하던 중 커다란 뱀 형태를 띤 듯한 바위를 발견했습니다. 이 바위는 자연광이든 불빛이든 빛이 닿거나 시점이 움직임에 따라 비늘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냅니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른바 뱀의 머리 근처를 발굴한 결과 최대 7만 년 된 것을 포함해 약 13,000점의 석기 유물, 대부분 창끝이 출토되었습니다. 이는 이곳에서 일종의 의식이 치러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