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미국이 압수해 이라크로 돌려보낸 4,000년 된 설형문자 점토판 450점, 출처는 '미발굴 고대 도시'

2017년 7월, 미국 법무부는 미국 대형 문구·공예품 유통업체 하비 로비(Hobby Lobby)가 인수한 유물 가운데 이라크에서 불법 반출된 설형문자 서판 450점을 압수했습니다. 이 결정은 고대 유물 밀수 문제를 다룬 미국 사법 당국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4,000년 전 점토판에 담긴 기록들

압수된 점토판은 약 4,000년 전의 것으로, 대부분 기원전 2100년부터 1600년 사이에 제작되었습니다. 판에는 행정 문서와 계약서, 상품 목록 등 일상적인 기록이 주를 이루지만, 일부에는 마법 주문과 주술 문구, 그리고 신바빌로니아 시대의 이중 언어 종교 문서도 포함되어 있어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이 압수해 이라크로 돌려보낸 4,000년 된 설형문자 점토판 450점, 출처는  미발굴 고대 도시

'성급한 송환'에 아쉬움을 토하는 연구자들

이 점토판들은 모두 올해 5월 2일 이라크로 반환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철저한 연구와 해독 작업을 거칠 시간조차 없이 송환이 서둘러 진행된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유물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귀중한 고대 기록의 학술적 분석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입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도시, '이리사그리그'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점토판들이 모두 고대 도시 이리사그리그(Irisagrig)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 도시의 존재와 이름은 고대 기록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발굴이나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스페인 고등과학연구위원회(CSIC)의 마누엘 몰리나(Manuel Molina) 교수에 따르면, 이리사그리그의 위치는 여전히 연구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그리고 이번처럼 이리사그리그 출신으로 추정되는 설형문자 점토판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이 압수해 이라크로 돌려보낸 4,000년 된 설형문자 점토판 450점, 출처는  미발굴 고대 도시

하비 로비와 스티브 그린 컬렉션 논란

하비 로비는 사해 사본 여러 점을 포함해 4만 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한 골동품 수집가 스티브 그린(Steve Green)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보유한 사해 사본 일부는 위조 의혹을 받아온 바 있어, 이번 설형문자 점토판 사건 역시 그의 수집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편 이 점토판들이 미국에 들어올 때는 '타일 샘플(tile samples)' 또는 '세라믹 타일(ceramic tiles)'이라는 명목으로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발송인은 아랍에미리트의 판매자였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미국 검찰청 / Motherboard / 「Irisagrig의 위치(The Location of Irisagrig)」, S. Garfinkle – M. Molina 편, 『신수메르 연구의 현재와 미래: 기원전 21세기부터 서기 21세기까지』 — 2010년 7월 22~24일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신수메르 연구 국제 회의 논문집, Winona Lake 2013, pp. 5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