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예루살렘 발굴 현장서 이집트 수호신 '베스' 도자기 조각 출토…이비자 섬 이름의 유래?

예루살렘 구도심, 소위 '다윗의 도시'로 불리는 지역의 기바티 주차장(Givati Parking Lot) 발굴 현장은 매번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것은 바로 이집트 신 베스(Bes)의 얼굴이 새겨진 도자기 조각입니다.

페르시아 시대(기원전 4~5세기)의 여러 도자기 파편들과 함께 출토된 이 유물은 크게 부풀어 오른 눈이 돋보이는 조각 얼굴이 특징입니다. 고고학자들은 난쟁이처럼 통통한 체구에 턱수염을 기르고 혀를 내민 채 표현되는 이 얼굴의 특징을 근거로, 흔히 이런 방식으로 묘사되던 이집트 신 베스로 식별했습니다.

유물이 일부 훼손된 상태이긴 하나, 베스 항아리(Bes vessel)의 형태를 하고 있어 그 정체를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당시 이집트와 페르시아에서는 이러한 베스 항아리가 매우 흔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예루살렘 발굴 현장서 이집트 수호신  베스  도자기 조각 출토…이비자 섬 이름의 유래?

베스는 가정을 지키는 신으로, 특히 출산 중인 여성과 어린이의 수호자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비와 친절의 수호신으로 여겨졌으며, 춤과 음악과도 깊은 연관을 맺게 됩니다. 그의 모습은 집의 벽면, 거울, 도자기 그릇 같은 물건은 물론 보호용 부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외모 덕분에, 베스는 기쁨을 표현하고 웃음소리로 악령을 물리치는 존재로 그려졌습니다. 그에게는 '베세트(Beset)'라는 여성 배우자도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베스의 이미지가 담긴 도자기 조각이 이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페니키아 해안의 유적지에서는 부적들과 함께 베스 조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어, 페니키아인들이 베스를 수호신으로 삼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사(Susa)나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같은 페르시아 도시에서도 비슷한 발견이 이루어졌으며, 연구자들은 베스 신앙이 이집트 장인들을 통해 페르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발굴 현장서 이집트 수호신  베스  도자기 조각 출토…이비자 섬 이름의 유래?

베스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는 이집트 바하리야 오아시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에는 베스에게 봉헌된 사원이 있었는데, 허리띠만 두르고 등에는 사자가죽 망토를 걸친 굵은 이목구비의 인물로 표현되어, 마치 미소 짓는 부처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이미지는 기원전 332~3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베스의 형상은 투탕카멘의 무덤에도 등장하는데, 기원전 1330년경 제작된 상아 머리 받침을 장식했으며, 파라오가 잠든 동안 그를 보호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 페니키아인들은 바로 이 베스의 이름을 딴 '베스 섬'에 정착지를 세웠습니다. 기원전 654년경의 일로, 이 섬은 훗날 로마인들에 의해 '에부수스(Ebusus)'로 불렸으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중해의 휴양지 이비자(Ibiz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