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지어진 피라미드이자 파라오 조세르(Djoser)의 영묘인 사카라(Saqqara) 계단 피라미드가 약 14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끝내고 2020년 3월 5일 일반 대중에게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약 4700년의 세월을 지닌 이 계단식 피라미드는 카이로 서쪽 사카라 유적지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제3왕조의 통치자였던 파라오 조세르(재위 기원전 2628~2609년경)의 명으로 건설되었습니다.
1992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고대의 걸작
높이 63미터에 달하는 이 건축물은 아랍어로 '벤치'를 뜻하는 마스타바(mastaba)라고 불리는 직육면체 구조물 여섯 개를 층층이 쌓아 올린 형태입니다. 그 아래에는 깊이 28미터, 한 변 7미터 크기의 중앙 우물형 무덤 갱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2년 10월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피라미드의 기반 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거대한 장례용 수직 갱도의 천장과 지하 회랑 여러 곳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당국은 방문객 안전을 위해 유적지 폐쇄를 결정하고 복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유네스코와 함께한 대규모 복원 프로젝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 피라미드의 복원 사업은 유네스코(UNESCO)와 협력하여 추진되었습니다. 지하 터널의 구조 보강, 균열 점검, 내부 환기 시스템 개선, 그리고 파라오 조세르의 석관이 전시되어 있던 장례 갱도로 이어지는 내부 통로 정비 등 건물 내외부에 걸친 정밀한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2006년 착공된 이 프로젝트는 원래 2009년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2011년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2013년 말에야 재개되었습니다. 2020년 3월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집트 당국은 이번 복원 사업이 국내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중 가장 야심찬 사업 중 하나로, 총 660만 달러(약 8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건축가 임호텝이 남긴 지하 미궁
이 계단 피라미드를 설계한 사람은 '평화로운 자'라는 이름을 가진 건축가이자 재상인 임호텝(Imhotep)입니다. 북쪽에 위치한 기자(Giza)의 유명한 피라미드들보다 훨씬 앞서 세워진 이 건축물은 19년에 걸쳐 완성되었으며, 그 연구는 고고학자들에게 끊임없는 매력을 선사해 왔습니다. 특히 2001년 99세로 별세할 때까지 평생을 이 유적 연구에 바친 프랑스 건축가 장 필리프 로에(Jean-Philippe Lauer)의 업적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기반 구조입니다. 고대 이집트 건축가들은 이 기념비적인 무덤을 짓기 전에 지표면 아래에 거대한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먼저 굴착했습니다. 다른 어떤 피라미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미로 같은 구조입니다.
이집트 관광 산업의 새로운 카드
이번 복원 개장은 이집트가 관광객을 되찾기 위해 준비한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2020년 말 개관 예정이었던 대이집트박물관(GEM), 그리고 2018년 이미 일반에 공개된 다후르(Dahshur)의 꺾인 피라미드와 붉은 피라미드에 이어, 조세르 피라미드의 재개장까지 이루어지면서 이집트의 관광 콘텐츠가 한층 풍부해졌습니다.
2019년 이집트의 관광 수입은 164억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참고로 프랑스의 2019년 관광 수입은 약 560억 유로).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관광객들이 여행을 미루면서 관광 수입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이집트 내 확진자는 크루즈선 승객 등 약 40여 명, 그리고 2020년 3월 9일에는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공식 코로나19 사망자로 독일인 관광객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집트 관광부 장관은 모든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