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7,500년 된 아르메니아 '말하는 돌' 카라헝게 — 세계 최고(最古) 천문대일까?

카라헝게(Carahunge)는 조라츠 카레르(Zorats Karer), 카라훈지(Karahunj), 캐러니시(Carenish) 등으로도 불리는 고고학 유적으로, 아르메니아 남서부 슈니크(Syunik) 지방의 시시안(Sisian) 인근, 해발 1,770m 산악 고원 한가운데 바위 곶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은 선사시대 선돌들이 가득한 장소라는 특성을 잘 설명해 줍니다. '카라헝게'는 아르메니아어로 돌을 뜻하는 카르(kar)와 소리를 뜻하는 훈치(hunch)가 결합된 단어로, 곧 '말하는 돌'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많은 돌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바람이 통과할 때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조라츠 카레르'는 '서 있는 돌들'을 뜻합니다.

7,500년 된 아르메니아  말하는 돌  카라헝게 — 세계 최고(最古) 천문대일까?

유적지의 면적은 7헥타르에 달하며, 무덤으로 확인된 중앙 방(房)을 둘러싼 40기의 선돌로 이루어진 중앙 원, 북쪽 팔과 남쪽 팔, 그리고 원을 가로지르는 북동쪽 정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뚜렷한 배열 없이 흩어진 수많은 돌들이 있는데, 선돌·고정석·장례 석물을 모두 합치면 총 223개의 돌이 남아 있습니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들의 높이는 0.5~3m이며, 무게는 최대 10톤에 이릅니다. 약 84개의 돌에 원형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그중 37개만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 구멍이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멍의 지름은 가장 좁은 부분이 약 5cm, 깊이는 최대 20cm에 이릅니다. 아울러 돌들의 기능과 유적지 전체의 용도에 대해서도 학계의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7,500년 된 아르메니아  말하는 돌  카라헝게 — 세계 최고(最古) 천문대일까?

한 가지 가설은 구멍이 돌 운반에 활용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구멍 바깥면이 둥글게 마모되었고, 로프를 당긴 방향으로 마모가 더 크다는 사실이 그 근거입니다. 그러나 이 가설은 왜 일부 돌에만 구멍이 있고, 어떤 돌에는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입석들을 천문 관측과 연관 지었습니다. 이 가설에 힘입어 2004년 아르메니아 의회는 이곳을 공식적으로 '카라훈지 천문대'로 명명했습니다. 실제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이곳을 조사한 전파천문학자 파리스 헤로우니(Paris Herouni)와 연구팀은 카라헝게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고 믿었습니다.

7,500년 된 아르메니아  말하는 돌  카라헝게 — 세계 최고(最古) 천문대일까?

반면 2000년 뮌헨 대학교 고고학자들이 이 유적지를 연구한 결과, 이곳은 청동기 시대 중기(기원전 20~16세기)부터 철기 시대(기원전 12~9세기)까지 사용된 묘지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해당 시기의 방형 무덤 30기와 정착지 성벽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무덤에서는 토기, 목걸이, 청동 귀걸이, 단검, 화살촉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아르메니아 역사가들은 이 돌들과 유적지의 연대를 약 7,500년 전으로 추정하며, 이는 스톤헨지를 비롯한 유럽의 거석 기념물보다 훨씬 오래된 것입니다. 그러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고대성에 대한 견해는 분분합니다. 일부 학자는 중앙 원 안 무덤의 연대를 기원전 1세기 초로 보지만, 그 주위에 왜 거석들이 배치되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7,500년 된 아르메니아  말하는 돌  카라헝게 — 세계 최고(最古) 천문대일까?

헬레니즘-로마 시대(기원전 3세기~서기 3세기)에는 유적지 위에 정착지가 들어섰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돌과 점토로 만든 성벽이 세워졌습니다. 이 성벽을 보강하기 위해 세운 돌들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어, 카라헝게가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왔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