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년 전 전쟁의 여신, 룩소르에서 모습을 드러내다
이집트 룩소르(고대 테베)에서 약 3400년 된 전쟁의 여신 세크메트 석상 8점이 발굴되었습니다. 여인의 몸에 사자 머리를 지닌 이 여신의 석상들은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의 '수백만 년의 신전' 유적에서 출토되었습니다.

이집트 관광·고대문화부에 따르면, 독일 국적의 아르메니아계 고고학자 후리그 수루지안(Hourig Sourouzian)이 이끄는 발굴팀이 검은 화강암으로 조각된 이 석상들을 확인했습니다. 8점 가운데 6점은 왕좌에 앉은 자세로 오른손에 생명의 상징인 '앙크(ânkh)' 십자를 쥐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일부가 결실되거나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이 신전은 테베 산 기슭을 따라 길이 700m, 폭 500m에 이르렀던 고대 이집트 최대 규모의 장례 신전입니다. 입구를 수호하던 '멤논의 거상' 두 점과 2000년대에 새로 발견된 높이 18m의 거상들이야말로 수천 년 세월을 견뎌 온 증인들입니다.
태양의 파괴력을 의인화한 여신 세크메트

세크메트 석상(기원전 1370년경) — 독일 베를린 알테스 박물관 소장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의 몸 위에 사자 머리를 얹은 모습으로 표현되는 세크메트는 우주를 창조한 태양원반의 신 라(Ra)의 복수를 집행하는 존재, 곧 태양의 파괴력을 의인화한 전쟁의 여신입니다.
아멘호테프 3세 신전 보존 작업에 15년 넘게 매진해 온 '멤논의 거상'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검은 화강암으로 조성된 대형 왕립 석상의 중심부도 추가로 출토했습니다. 이 석상에는 서 있는 모습의 아멘호테프 3세가 새겨져 있습니다.
발굴 작업이 시작된 이래 이 신전 부지에서는 무려 108점에 육박하는 세크메트 석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이집트에서 한꺼번에 출토된 조각상 시리즈 중 가장 방대한 규모에 속합니다. 당시 사자 머리의 여신상들은 지금은 사라진 열주 회랑 주변에 배치되어, 오직 사제들만 출입할 수 있던 최내부 성소에 모셔진 신격화된 파라오의 석상을 호위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황금기를 연 아멘호테프 3세
아멘호테프 3세는 제18왕조의 아홉 번째 파라오로, 종교 개혁으로 유명한 아케나텐의 아버지이자 투탕카멘의 할아버지입니다. 기원전 1391년부터 1353년까지 약 40년간 지속된 그의 통치는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번영한 시기 중 하나로 평가되며, 건축과 예술 또한 눈부시게 발전한 정교함의 절정기를 이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