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말벌 둥지가 밝혀낸 호주 고대 암벽화의 비밀

호주 북부에서 고고학자들이 화석화된 말벌 둥지를 활용해 수천 년 된 암벽화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호주 북부 킴벌리(Kimberley) 지역의 암벽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직접 연대 측정이 어려운 암벽화의 한계

호주.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호주 북부 킴벌리 지역의 암음지(rock shelter) 벽면을 놀라울 만큼 풍부한 암벽화로 장식해 왔습니다. 동물, 상징적 이미지, 인간 형태의 존재 등을 그린 무수한 작품들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정확한 연대, 즉 바위 위에 새겨진 시점을 밝혀내는 것은 선사시대 미술 전문가들의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그림이 주로 적토(ochre) 같은 광물성 안료로 그려져 있어 안료 자체를 직접 연대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절대연대 측정의 표준 방법인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법은 숯 등 유기물이 포함된 시료에만 적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크게 제한됩니다.

말벌 둥지가 밝혀낸 호주 고대 암벽화의 비밀호주 북부 암음지의 암벽화 위에 지어진 말벌 둥지 © Dr. June Ross / Kira Westaway

말벌 둥지가 열어준 연구의 실마리

그러나 지난 3년간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University of New England)의 준 로스(June Ross) 박사는 브리즈번 그리피스 대학(Griffith University)의 막심 오베르(Maxime Aubert) 교수가 개발한 독창적이고 영리한 기법을 실험해 왔습니다.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된 논문에서 호주 프로젝트를 이끄는 그녀는 말벌 둥지 분석을 통해 고대의 연대를 어떻게 밝혀냈는지 설명합니다.

말벌 둥지가 밝혀낸 호주 고대 암벽화의 비밀흙으로 둥지를 짓는 집말벌(mason wasp) © Dr. June Ross / Kira Westaway

집말벌(Sceliphron laetum)은 모래 알갱이를 자신의 분비물과 섞어 만든 진흙 펠릿으로 작은 방(둥지칸)을 짓는 곤충입니다. 이 구조물을 암음지 벽면에 붙이는데, 때로는 암벽화 위에 지어지기도 합니다. 시드니 매크쿼리 대학(Macquarie University)의 지형학자 키라 웨스트웨이(Kira Westaway) 박사는 "이 둥지는 마르면 화석화되어 수천 년 동안 벽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이 화석화된 진흙의 연대를 측정하면 둥지가 만들어진 최소 연대, 즉 그 아래 위치한 그림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벌 둥지가 밝혀낸 호주 고대 암벽화의 비밀말벌 둥지 덕분에 1만 6천 년 전으로 연대가 밝혀진 '얌(yam)' 형상 암벽화 © Dr. June Ross / Kira Westaway

"이 방법으로 우리는 '얌' 형상의 그림을 1만 6천 년 전으로 연대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말벌 둥지 진흙에서 채취한 모래 알갱이에 광여기 루미네선스(OSL, 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라는 기법을 적용해 이 결과를 얻었습니다. "OSL은 햇빛에 노출되었던 모래 알갱이가 말벌 둥지의 진흙 속에 파묻힌 이후 경과된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라고 로스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말벌 둥지가 밝혀낸 호주 고대 암벽화의 비밀킴벌리 지역 완지나(Wanjina) 시기의 캥거루 형상 디지털 이미지 © Dr. June Ross / Kira Westaway

유럽 최고령 기록에 도전하는 오세아니아의 암벽화

이번 연구는 호주 암벽화의 깊은 역사를 확인하는 또 한 걸음입니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형상들은 3만 5천 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르네오 근처 술라웨시(Sulawesi) 섬에서 최근 얻어진 3만 9,900년 연대와 더불어, 이러한 결과들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져 온 샤베 동굴(Chauvet, 프랑스 아르데슈, 3만 7천 년), 라스코 동굴(Lascaux, 프랑스 도르도뉴, 1만 7천 년), 알타미라 동굴(Altamira, 스페인 칸타브리아, 1만 5천 년) 같은 유럽 유적의 지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프랑스 선사시대 학자들도 이미 수년간 호주에서 이 구석기 시대 벽화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호주의 암각 문화유산은 다양성과 풍부함 때문에 독특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로도 특별합니다. 호주는 지구상에서 이 벽화들이 원주민들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기능하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조상들을 잇는 유형적 연결고리, 바로 '꿈의 시대(Dreamtime)'의 흔적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