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신생 기업 이코넴(Iconem)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시리아 고대유물총국(DGAM, General Directorate of Antiquities and Syrian Museums)과의 협력을 통해 이 회사는 전쟁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시리아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D 고고학 데이터베이스 '시리아 헤리티지(Syrian Heritage)'를 출범시켰다.

시리아 자블레(Jableh)에 위치한 로마 시대 고대 극장(3세기)의 3D 실측 영상
드론으로 세계를 담다
건축가이자 고고학자인 이브 우벨만(Yves Ubelmann)과 파일럿 필립 바르텔레미(Philippe Barthelemy)가 설립한 이코넴은 2010년부터 드론을 활용해 기록적인 속도로 놀라운 품질의 3D 실측 작업을 수행하며 이름을 알려왔다. 그들의 활동 반경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아이티, 이집트, 오만, 폼페이, 이라크까지 세계 곳곳으로 이어져 있다.
다마스커스로 향한 특별한 임무
2015년 12월 다마스커스를 방문한 목적은 분명했다. 시리아의 고고학자들과 학예사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기술 이전을 통해 ISIS(다에시)에 의한 유적 파괴와 2011년부터 국가를 갈라놓은 내전으로 인한 수많은 피해에 맞서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연구자 약 15명이 3D 스캐닝 기술 교육을 받았다.
핵심 기술은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라 불리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드론으로 다양한 지점과 각도에서 대량의 사진을 촬영하면, 강력한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기념물의 3D 모델을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형태로 재구성한다. 그 결과물은 놀랄 만큼 사실적이다.

이코넴이 촬영한 시리아 다마스커스 월요 모스크(8세기)의 3D 실측 영상
디지털로 복원된 위기의 유적들
체류 기간 동안 인가 미비나 안전 문제로 드론을 원하는 곳 어디서나 띄울 수는 없었지만, 팀은 여러 위기 지역 유적지의 전체 기록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일부 자료는 이미 이코넴과 DGAM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되었다.
- 우가리트(Ugarit, 라스 샤므라) — 문자가 탄생한 고대 우가리트 왕국의 수도(기원전 2천년기)
- 다마스커스 월요 모스크 — 8세기에 건립된 이슬람 건축의 걸작
- 크라크 데 슈발리에(Krak des Chevaliers) — 12세기 십자군 요새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 다마스커스 성채 — 11세기 축조된 요새로 크라크 데 슈발리에와 함께 세계유산 등재
- 라타키아 박물관 — 옛 상단(caravanserai) 건물을 개조한 박물관
- 자블레 로마 극장 — 서기 3세기에 지어진 로마식 원형 극장
- 오스만 시대의 다마스커스 전통 가옥들 — 1516~1918년 조성된 주거 문화유산
'이러한 디지털 기록은 앞으로 진행될 복원 작업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이브 우벨만
디지털화된 자료, 대화형 가상 투어, 합성 영상 등은 학계 전문가는 물론 일반 대중도 접근할 수 있도록 5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우벨만은 "이번 실측을 통해 위험에 처한 시리아 유적지의 기억과 지식을 보존하고, 무엇보다 이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향후 복원 작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순간에 놓인 탁월한 역사·문화유산의 파괴에 맞서 싸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유산 디지털화의 선구자
멸종 위기에 처한 고고학 유적지의 3D 디지털화 분야 세계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이코넴은 고고학과 첨단 기술의 융합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이미 유네스코(UNESCO), 루브르 박물관은 물론 프랑스 국립정보학연구소(Inria), 파리고등사범학교(ENS),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연구소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과 드론은 곧 이집트 기자와 다후슈르의 피라미드 상공에서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코넴은 피라미드 내부 미공개 공간 탐사 프로젝트인 '스캔 피라미드(Scan Pyramids)'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