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독일 철기 시대 유적에서 2500년 전 치명적 출혈열 바이러스 흔적 발견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호이네부르크(Heuneburg) 유적에서 발굴된 철기 시대 토기 파편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약 2500년 전 유럽에서 출혈열이 유행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독일 철기 시대 유적에서 2500년 전 치명적 출혈열 바이러스 흔적 발견

독일 호이네부르크 철기 시대 요새 유적 복원도

토기에 남겨진 무자비한 바이러스의 흔적

프랑스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조르주 샤르파크(Georges Charpak)는 한때 고대 도공들이 물레로 남긴 흔적이 마치 음반처럼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습니다. 위대한 과학자의 시적인 상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실제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호이네부르크에서 발견된 토기 파편에는 무자비한 바이러스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울름 근처에 위치한 이 철기 시대(기원전 600~450년) 요새 유적에서 미국 퍼듀 대학교(인디애나주) 연구진은 잔류 인체 유기물 침착물을 분리·회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로 크림콩고 출혈열 바이러스(CCHFV)의 단백질 조각이었습니다. 크림콩고 출혈열(CCHF)은 진드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부니야바이러스과(Bunyaviridae) 나이로바이러스(nairovirus)가 일으키는 치명적인 출혈열입니다.

이 유기물 잔류물은 피해자의 혈액과 감염된 장기를 담았던 토기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2500년 전 유럽의 한복판에서 한 사람이 혈성 설사와 점막 출혈을 동반한 질환으로 사망했음을 의미합니다.

"고고학에서 이런 발견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라고 세포 내 모든 단백질을 연구하는 단백질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젊은 인류학자 코너 빅토로비츠(Conner Wiktorowicz)는 밝혔습니다.

독일 철기 시대 유적에서 2500년 전 치명적 출혈열 바이러스 흔적 발견
독일 호이네부르크 유적에서 발견된 인체 유기물 잔류물이 담겼던 철기 시대 토기 파편과 복원 이미지. 출처: Conner Wiktorowicz 외

유럽에서의 예상치 못한 발견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과 동물의 CCHF 발생 사례를 보고하는 지역은 발칸반도, 아나톨리아, 러시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 중동, 중앙아시아 등 이 질병이 풍토병인 곳들입니다.

"철기 시대에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 존재했는지 알 방법이 없었고, 더구나 그렇게 오래전부터 유럽에 존재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코너 빅토로비츠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크림콩고 출혈열의 존재를 문서로 기록한 최초의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가능하게 합니다.

"철기 시대에 이미 이 바이러스가 중부 유럽에 존재했다면, 이 항아리에 장기가 보존된 사람은 현지에서 열병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감염된 유럽 지역에서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연구자는 덧붙였습니다. 환자가 사망한 후, 그의 유해와 장기가 항아리에 담긴 채 호이네부르크로 운반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도자기 파편에서 이루어진 이번 발견은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며, 앞으로 고고학자와 고병리학자들에게 더 많은 놀라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단백질 분석과 고고학의 만남

"고대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연구되는 DNA 같은 핵산보다 단백질을 통해 더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DNA는 깨지기 쉽지만, 바이러스 단백질은 더 안정적이고 분해에 잘 견디며 수백만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습니다"라고 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코너 빅토로비츠는 말했습니다.

"호이네부르크 분석 과정에서 우리는 토기 파편에서 펩타이드를 추출한 후,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MS)이라 불리는 기술을 사용해 존재하는 펩타이드를 식별했습니다. 이후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단백질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고 MASCOT 검색 엔진을 활용해 해당 펩타이드를 단백질과 매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