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옥스퍼드셔주의 백악질 언덕에 새겨진 신비로운 어핑턴 화이트 호스(Uffington White Horse)의 위치와 방향이 태양의 이동 경로와 연관되어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영국 남부에 위치한 유명한 어핑턴 자이언트 호스의 항공 사진.
청동기 시대의 걸작
잉글랜드 남부 옥스퍼드셔주, 드래곤 힐(Dragon Hill) 언덕에서 바라보면 3000년 넘게 질주해 온 거대한 말의 형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악질 능선에 새겨진 이 마체는 길이 약 110m에 달하며, 어핑턴 화이트 호스라 불립니다. 이는 청동기 시대 유럽 인류가 남긴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자, 페루 나스카의 거대 지상화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지형 그림(지오글리프)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왜 버크셔 다운스(Berkshire Downs)의 구릉지대에 이토록 거대한 형상을 새겨 놓았을까요? 대중문화에서는 오랫동안 이를 수 마일 밖에서도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든 영토 상징이나 고대 족장의 문장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선사고고학자 조슈아 폴러드(Joshua Pollard)가 학술지 <Antiquity>를 통해 발표한 해석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태양을 끄는 말
폴러드에 따르면, 등줄이 절벽 상단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이 거대한 마체는 '태양의 말(solar horse)', 즉 하늘을 가로지르는 태양의 일일 궤적과 연결된 장치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 말의 자세와 움직임은 실제로 겨울철 태양의 달리기를 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5년 12월 23일 드래곤 힐에서 관찰했을 때, 어핑턴 화이트 호스는 마치 태양을 끌고 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Joshua Pollard
청동기 시대 유럽에서 널리 퍼져 있던 '신화 속 말이 태양을 끌고 하늘을 가로지른다'는 주제는 암각화(페트로그리프)는 물론, 1902년 덴마크 오드셰레드(Odsherred)의 습지에서 발굴된 아름다운 트룬홀름 태양전차(Trundholm Sun Chariot)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확인됩니다. 켈트 화폐에도 어핑턴의 마체와 흡사한 극도로 양식화된 말 실루엣이 새겨져 있습니다.

트룬홀름 태양전차(기원전 15세기). 원반의 황금빛 면은 낮 동안의 태양 경로를, 반대편 어두운 면은 밤의 경로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National Museum Copenhagen
폴러드는 "낮에는 말 한 필 또는 말들이 태양을 하늘에 끌어 올리고, 밤에는 배나 전차가 지하세계를 운행하는 모티프는 인도유럽 신화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며, "어핑턴 백마에 대한 새로운 가설은 영국의 문화 전통과 유럽 대륙의 전통을 잇는 연결고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학술지 <Antiquity>: "The Uffington White Horse geoglyph as sun-horse", vol. 91, pp.406-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