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九州) 섬에서 약 1500년 전에 만들어졌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된 갑옷이 안치된 고분이 발견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규슈 섬의 고분에서 출토된 희귀한 철제 흉갑 '탄코(短甲)'의 모습입니다.
도로 공사 중 우연히 드러난 5세기의 걸작
이 갑옷은 서기 5세기에 제작된 예외적인 유물로, 2017년 12월 말 일본 규슈 섬의 시부시(志布志)에서 우연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로 공사 과정에서 진행된 조사 끝에 1500년 전의 위상 높은 고분이 확인되었고, 그 안에는 돌관(石棺) 곁에 철제 갑옷인 '탄코'가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보존 상태는 극히 드문 사례입니다." 국립 동양 언어문화대학(Inalco)의 고고학자이자 일본 철기 시대 전문가인 로랑 네스푸루(Laurent Nespoulous) 박사는 "일반적으로 산성 토양은 금속 유물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이 시대의 완전한 형태의 갑옷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덤에서 함께 나온 다양한 무구들
석관에서는 검과 검집은 물론, 철제 화살촉·창·도끼 같은 다양한 무기류도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갑옷은 손상 없이 온전한 채 고인의 머리 근처에 놓여 있었습니다. 가고시마 대학 박물관의 고고학 교수인 하시모토 타츠야(Tatsuya Hashimoto)는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이 흉갑은 이 지역의 강력한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일본인이 제철 기술을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것은 8세기 무렵이었기 때문에, 철은 곧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즉, 이 갑옷은 단순한 방어구가 아니라 소유자의 지위와 힘을 과시하는 상징물이었던 셈입니다.
한반도와의 전쟁이 남긴 고고학적 흔적
4세기 말, 일본 열도의 호족들은 한반도의 세력들과 충돌하며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로랑 네스푸루 박사는 "이러한 분쟁기를 거친 이후부터 군사적 성격을 지닌 부장품이 일본의 고분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는 그런 관습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무구가 두드러지게 많이 부장된 무덤들은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규슈 남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유물들은 대개 시부시 고분처럼 흙무덤(봉토분)이 아닌 석축 지하 매장실, 즉 횡혈식 석실 내부에 안치되었으며, 일부 무덤에서는 여러 명의 피장자와 함께 최대 15자루에 달하는 검 등 대량의 무구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횡혈식 고분
당시 일본 열도의 엘리트 계층은 대부분 이러한 거대한 묘역에 안장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고분은 고분 시대(3세기 후반~7세기)에 속하며, 지금까지 확인된 횡혈식 고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에 속합니다.
네스푸루 박사는 "이러한 횡혈식 고분 중 여럿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서구 학계에서는 이 사실이 종종 간과된다"며 일본 고분 연구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시부시의 이번 발견은 1500년 전 일본 사회의 권력 구조와 장례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