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000년의 침묵을 깬 비극, 폼페이에서 발견된 베수비오 화산 폭발 희생자 2명

고고학자들이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사망한 두 남성의 유해를 놀랍도록 온전한 상태로 발굴해냈습니다.

2000년의 침묵을 깬 비극, 폼페이에서 발견된 베수비오 화산 폭발 희생자 2명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때 도피하던 두 남성의 유해가 이탈리아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에서 발견됐습니다.

거의 2000년 동안 그들의 비극은 폼페이의 두꺼운 화산재 아래 잠겨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문화유산부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고고학 발굴 조사를 통해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새로운 희생자 두 명의 유해가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재난을 피해 도피하던 주인과 노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해는 유적지 북서쪽 약 7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치비타 줄리아나(Civita Giuliana) 지역의 저택에서 나왔으며, 이곳은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위상 높은 부동산이었습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발굴 작업이 계속되는 폼페이 고고학공원의 마시모 오산나(Massimo Osanna) 소장은 "이것은 예외적인 발견"이라고 말했습니다.

2020년 1월 시작된 새로운 발굴 조사

비극의 해였던 서기 79년 10월 24일, 로마 귀족들에게 특히 사랑받던 캄파니아의 작은 도시 주민들은 근처 화산 분화로 쏟아져 나온 막대한 양의 가스와 파편에 휩싸였습니다. 25일 아침이 오기 전, 뜨거운 화쇄구름은 도피하지 못하고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을 뜨겁고 유동적인 질량 속에 산 채로 가뒀습니다. 2017년 치비타 줄리아나 지역 저택의 마구간에서 진행된 첫 발굴에서는 이미 말 세 마리의 유해가 확인된 바 있는데, 그중 한 마리는 도피를 시도하던 사람들이 안장과 마구를 갖춰놓은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이 웅장한 저택에서 진행된 새로운 발굴 조사가 두 남성의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시모 오산나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운이 좋았다. 유해가 발견된 장소는 20세기 초의 발굴 조사에서도, 지금도 이 일대를 배회하는 무덤 도굴꾼 '톰바롤리(tombarolli)'의 손길에서도 벗어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단하게 다져진 화산재 속에 갇힌 시신 자리를 석고로 본뜨는 독창적인 방법을 통해, 두 남성이 사망 순간에 취했던 자세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19세기 후반에 고안된 이 기법은 당시 폼페이 발굴 감독관이었던 주세페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 1823~1896)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18세기 폼페이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출토된 1147구의 골격 중 103구가 바로 이런 석고 주형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2000년의 침묵을 깬 비극, 폼페이에서 발견된 베수비오 화산 폭발 희생자 2명
치비타 줄리아나 지역 저택의 지하 공간. 베수비오 화산 폭발 희생자들이 발견된 곳이다. ©폼페이 고고학공원

주인과 노예로 추정되는 두 희생자의 마지막 순간

폼페이 고고학공원의 인류학자들은 내시경을 활용해 희생자들의 뼈와 치아를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두 사람 중 연장자는 30~40세로 밝혀졌습니다. 그의 몸에는 양모 망토로 추정되는 직물 섬유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왼팔 윗부분에는 튜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직물의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18~23세로 추정되는 두 번째 희생자는 노예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나이의 청년치고는 비정상적으로 조밀한 척추 상태가 과중한 육체노동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청년은 두꺼운 천, 아마도 양모로 만든 짧은 튜닉을 입고 있었으며, 그 옷감의 두꺼운 주름 흔적은 여전히 배 부분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두 희생자는 화쇄류가 몰려와 덮치기 직전까지 저택의 지하 부분에 피난처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리아 통신사 ANSA의 질문에 답한 마시모 오산나 소장은 "이 유해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놀라운 지식의 원천"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과학자들은 컴퓨터 단층촬영(CT) 기술을 활용해 석고 주형에 보존된 신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얇은 단면으로 시각화했고, 그 결과 폼페이 주민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는 사실 등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00년의 침묵을 깬 비극, 폼페이에서 발견된 베수비오 화산 폭발 희생자 2명
가장 어린 희생자에게서 보존된 직물 흔적 클로즈업. ©폼페이 고고학공원

2018년에도 여성 2명과 아동 3명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이번 발견은 2012년 시작된 '그레이트 폼페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발굴이 이어온 흥미로운 발견 행진의 최신 결과입니다. 2018년 10월에는 레조 5(Regio V) 지역 저택의 한 침실에서 서로 껴안은 채 발견된 여성 2명과 아동 3명의 유해, 그리고 떨어진 돌덩이에 맞아 사망한 남성 1명의 유해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로마 도시의 아직 탐사되지 않은 구역에는 여전히 다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을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이곳에는 프레스코화, 금세공 보물, 모자이크를 간직한 화려한 저택들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레조 5의 22헥타르에서 진행된 특별한 발굴 성과는 2020년 파리 그랑 팔레 전시회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폼페이의 석고 주형 기법

폼페이에서 사용된 석고 주형 기법은 19세기 이탈리아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1823~1896)가 개발했습니다. 이 기법 덕분에 현장에서 발견된 인간과 동물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굳어버린 화산재 층이 희생자들의 신체 윤곽을 그대로 감싸며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정 방식은 화산층 내 유기물이 분해되며 남긴 빈 공간에 석고와 물의 혼합물을 주입하는 것으로, 건조가 끝나면 석고는 신체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게 됩니다. 20세기에는 실리콘을 활용하는 등 여러 다른 주형 기법이 폼페이에서 실험되었지만, 실리콘은 참담한 결과를 낳으며 실패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