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4일, 이집트 멤피스 고대 묘역(네크로폴리스)의 심장부인 사카라(Saqqara) 고원에서 발굴된 59기의 석관 가운데 하나에서 나온 주문 모음집이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의 가장 오래된 판본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산을 상징하는 악어 앞에 엎드려 예배를 드리는 고인(故人)의 모습. '사자의 서' 파피루스 일부,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
완벽하게 보존된 채 눈부신 채색을 간직한 약 60기의 석관이 최근, 카이로 남쪽에 위치한 사카라 장례 복합단지의 깊은 지하 갱도에서 좁은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옮겨졌습니다. 수천 년간 땅속에 잠들어 있던 이 석관들은 빛을 다시 본 후 일련의 검사를 거쳤고, 예비 분석 결과는 이집트 고고학자들을 놀라운 결론으로 이끌었습니다. 이집트 매체 이집트 투데이(Egypt Today)에 따르면, 석관 하나의 벽면에 새겨진 글귀는 고대 이집트의 가장 유명한 장례 텍스트 중 하나인 '사자의 서'와 연관된 것으로, 무려 4,000년 된 버전으로 현존하는 최고(最古) 판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사카라 묘역에서 발견된 석관 내부, '사자의 서'와 관련된 명문(銘文)의 디테일. 출처: 이집트 투데이
고대 이집트인들은 부활을 믿었으며, 전통적으로 종교 텍스트는 고인과 함께 무덤에 안치되었습니다. 그 기능은 사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따라야 할 지침을 고인에게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신왕국 시대(기원전 1539~1080년), 즉 제18왕조 초부터 '사자의 서'가 표준 참고 문헌으로 사용되었으며, 이 전통은 약 1,500년간 지속되었습니다. 파리 고등실용학교(EPHE)의 이집트학자이자 연구소장인 파스칼 베르누스(Pascal Vernus)는 사이앙스 에 아비니르(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다양한 기원과 내용을 지닌 이질적인 주문들의 편찬물로, 공통점은 고인이 사후 세계에서 제2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데 동원되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후 세계의 위험을 헤쳐나가기 위한 지침서
이 주문들의 역할은 죽음의 왕국에서 고인을 기다리는 위험한 여정의 각 단계마다 그를 보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마법 주문 가운데 일부를 낭송하면 고인은 가장 위험한 장애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위험을 물리칠 수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개인용으로 제작된 이 주문집은 대개 파피루스에 필사되었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를 "낮에 나아가기 위한 책"이라 불렀고, 독일 학자 카를 리하르트 렙시우스(Karl Richard Lepsius, 1810~1884)가 여기에 '사자의 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베르누스는 "신왕국 시대부터 이 텍스트들의 주문은 후기 왕조 시대(기원전 664~332년)까지 크게 변형되었고, 바로 그 시기에 비로소 정경적(canonical) 판본들이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자의 서'가 성립하기 이전, 중왕국 시대(약 기원전 2022~1650년)까지는 이러한 주문들이 대부분 석관 벽면에 직접 새겨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를 '석관문(Coffin Texts)'이라 부릅니다. 한편 초기의 '사자의 서'에는 정경화된 판본이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두 길의 서(Book of Two Paths)'—사후 세계의 실제 지형도로, 위험 지점의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음—를 비롯해 '슈의 서', '네 바람의 서' 등 다른 장례 서적들도 존재했습니다.

2020년 카이로 인근 사카라 고원에서 발견된 미라와 석관의 놀라운 보존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 출처: 이집트 관광·유물부
이번 발견의 중요성은, 중왕국 초기(파라오 멘투호테프 2세 통치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카라 석관 중 하나에 4,000년 전에 이미 특정 주문이 새겨져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해당 주문은 그동안 신왕국 시대의 '사자의 서'에서만, 즉 수백 년 뒤의 문헌에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는 이들 여러 장례 텍스트 사이에 형성된 선구적 연관 관계에 대한 학계의 이해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됩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카라 유적은 수많은 고고학적 보물을 선보여 왔습니다. 2020년 들어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중요한 발견들을 잇달아 발표해 왔으며, 그중에서도 사카라 석관들과 함께 나온 이 고대 텍스트를 올해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