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의 검은색·빨간색 잉크, 그 구성의 비밀이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에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한 검은색과 빨간색 잉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물질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구성이 수백 년 후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 사이에서야 등장할 것으로 여겨졌던 조합과 이미 유사했다는 점입니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의 검은색·빨간색 잉크, 그 구성의 비밀이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테브투니스 신관 도서관 소장 의학서의 일부. 제목 부분이 붉은 잉크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5,000년 전 발명된 잉크, 그 오랜 역사

검은 잉크는 약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된 이후 모든 종류의 문서 작성에 꾸준히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붉은 잉크는 제목, 지침, 핵심 단어처럼 중요한 정보를 강조하는 용도로 선호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고대 이집트에서 잉크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그리고 그 역사를 밝히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흥미롭게도 고대에 잉크를 활용한 문명은 이집트만이 아니었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 역시 잉크를 폭넓게 사용했습니다.

그renoble(그르노블)에 위치한 유럽 방사광 가속기 시설 ESRF와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로마 시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기원후 100년에서 200년경으로 추정되는 파피루스의 적색 및 흑색 잉크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20년 10월 26일 국제 학술지 PNAS에 게재되었습니다.

안료가 아닌 '건조제'였던 납

연구팀은 무려 12개의 파피루스 조각을 분석했는데, 귀중한 표본 코퍼스를 고려하면 매우 예외적으로 많은 수입니다. 이 조각들은 모두 테브투니스 신전 도서관 소장품으로, 이곳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 현대까지 전해진 이집트 유일의 고대 도서관입니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의 검은색·빨간색 잉크, 그 구성의 비밀이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12개의 파피루스 조각은 적색과 흑색 잉크로 기록된 테브투니스 신전 도서관의 대형 필사본에서 나온 것으로, 점성술·천문 텍스트(1, 2, 11번), 의학 텍스트(3, 6, 8, 9, 10, 12번), 의례 텍스트(4, 5, 7번)로 분류됩니다. 출처: ESRF/코펜하겐 대학교

분석 결과 12개 조각의 잉크에서 예상 밖의 복잡한 구성이 드러났습니다. 인산염, 황산염, 염화물, 카르복실산 이온과 함께 납이 검은 잉크 12개 중 3개, 붉은 잉크 12개 중 10개에서 검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는 연구자들이 예상했던 연백(white lead)이나 납단(minium)이 아니었습니다. 고대 지중해 문명권에서 납은 주로 이런 형태로 발견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미세한 차이는 이 무겁고 독성 있는 금속이 안료(pigment)가 아니라 시카티브(siccative), 즉 잉크의 건조를 촉진하는 성분으로 사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르네상스보다 1,400년 앞선 기술

바로 이런 방식으로 유럽 화가들이 납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15세기, 유화물감에서였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마린 코트(Marine Cotte)는 "15세기 유럽에서 화가들이 유화를 다시 발견했을 때 과제는 기름을 합리적인 시간 안에 말리는 것이었다"며 "그들은 특정 납 화합물이 효율적인 건조제로 쓰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발견은 인류 최초의 문자 기록 방식에 대한 우리의 기존 지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놀라운 성과는 방사광 가속기가 제공하는 여러 분석 기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미세 X선 형광 분석(micro-X-ray fluorescence), 미세 X선 회절(micro-X-ray diffraction), 미세 적외선 분광법(micro-infrared spectroscopy) 등을 활용하면 밀리미터·마이크로미터 단위, 그 이하의 초정밀 스케일까지 조각의 화학적 조성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