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나이메헌(Nijmegen)의 한 주택 건설 예정 부지에서 진행된 사전 발굴 조사 과정에서, 고고학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보존 상태의 청색 로마 유리 그릇을 발견했습니다. 이 그릇은 약 1,8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덤과 로마 시대 주거지 유적 사이에서 발견된 이 그릇은 향후 박물관에 소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하에 약 2천 년 가까이 묻혀 있었음에도 금이 간 곳도, 깨진 자국도 없습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 제작된 웅장하고 아름다운 청색 유리 그릇이 온전한 모습으로 출토된 것입니다. 발굴 현장은 네덜란드 나이메헌 빙켈스테크(Winkelsteeg) 지구 내, 주택과 녹지 공간 조성을 위한 대규모 건설 부지였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유리 유물, 즉 최소 1,8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 그릇이 이렇게 훌륭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무니키피움(municipium), 로마 시민권을 가진 도시
나이메헌은 라틴어 노비오마구스(Noviomagus), 즉 '새로운 시장'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라인 강의 지류인 발(Waal) 강 기슭, 일명 '대강(Great Rivers)'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독일 국경에서 불과 1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기원전 1세기 로마군의 군사 요새였으며, 이후 라인 강 하구에 정착했던 게르만계 부족인 바타비아인(Batavians)들이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서기 98년, 나이메헌의 '콜로니아(colonia)'는 현재의 네덜란드 영토 내에서 처음으로 무니키피움(municipium), 즉 자치 도시의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무니키피움 지위는 이탈리아 반도 밖의 도시를 제국의 일부로 편입하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덕분에 이 도시의 주민들은 로마 시민권과 투표권을 누릴 수 있었지만, 도시 자체는 어느 정도의 행정적 자율성도 함께 유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귀중한 유물이 이곳에서 출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당시 이 그릇의 용도는 실생활보다는 의례나 과시용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발굴을 총괄한 나이메헌 시 소속 고고학자 페페이르 반 더 헤르(Pepijn van de Geer)는 지역 신문 더 스텐토르(De Stentor)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그릇은 한때 나이메헌 최초의 주민들을 위한 전시품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해당 도시 고고학 서비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렇게 잘 보존된 로마 유리 유물은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네덜란드 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작지는 독일일까, 이탈리아일까?
이 그릇은 당시 유리 제작 공방이 운영되던 독일의 큰 도시인 크산텐(Xanten)이나 쾰른(Cologne)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반 더 헤르는 이탈리아산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그릇들은 녹인 유리를 틀 위에서 식히고 굳혀서 만들었습니다. 줄무늬 문양은 유리 혼합물이 아직 액체 상태일 때 새겨 넣은 것이며, 청색은 금속 산화물에서 비롯된 색입니다."
한편 빙켈스테크 발굴 조사에서는 이 유리 그릇 외에도 로마 시대 무덤들과 함께 수많은 그릇, 잔, 장신구 등 부장품들이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주거지 유적은 많지 않아 목조 건축물의 흔적이 주를 이루었지만, 토양 속 잔여물 분석과 토양 변색 연구를 통해 당시 이 지역을 이루던 건축 구조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