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무르시아 지역의 마자론(Mazarrón) 해안에서는 두 척의 페니키아 고대 선박이 차례로 발견되었습니다. 첫 번째 선박은 1988년, 플라야 데 라 이슬라(Playa de la Isla) 해변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곳, 수심 2.5미터 지점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발견 당시 남아 있던 것은 용골과 네 개의 선체 프레임, 그리고 판재 파편 일부뿐이었지만, 다행히 죽은 포세이도니아(바다거품말) 층이 잔해를 두껍게 덮고 있어 훼손을 막아 주었습니다. 선박 잔해와 함께 암포라(양손 항아리), 접시, 유리잔 등 각종 도자기 조각과 금속 무기류 파편까지 총 8,000점이 넘는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이 배는 발굴·해체·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 카르타헤나 국립 수중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두 번째 선박입니다. 1998년에 발견된 이 배는 지금까지 지중해에서 발견된 가장 완전한 고대 선박으로 평가받습니다. 그 이후로 더 오래된 난파선들이 여럿 확인되었지만, 소위 마자론 II호(Mazarrón II)만큼 완벽한 보존 상태를 보여준 선박은 아직 없습니다.
마자론 II호는 길이 8.10미터, 폭 2.25미터로, 선수부터 선미까지 거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선체 프레임 대부분은 물론, 프레임을 꿰매 연결하던 식물성 섬유와 이음새를 방수 처리한 코킹 흔적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모든 부재는 원래의 위치와 곡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발견된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채 발견 당시 그 자리, 즉 물속에 그대로 보관되어 왔으며, 모래를 채운 금속 외함으로 덮어 보호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도자기 파편과 맷돌, 동물 뼈, 심지어 닻까지 완벽한 상태로 회수되었습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확인된 목재 결속용 말뚝과 크고 작은 못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은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두 척의 배 모두 사이프러스, 알레포 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나무 재목으로 건조되었으며, 기원전 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자론 II호의 주요 화물은 약 3톤에 달하는 납 괴로, 놀랍게도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는 은을 분리하는 데 사용되던 광물, 일산화납 덩어리입니다.
납은 자연 상태에서 대개 다른 금속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며, 순수한 납을 얻으려면 납광석을 제련하고 회취(灰吹)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015년 말, 이 배를 연구하던 고고학 위원회는 선박을 안정적으로 처리·보존한 뒤 난파선 발견 현장에 최대한 가까운 박물관에서 공개 전시하기 위해, 2017년에 배를 수면 위로 인상하기로 공식 결정했습니다.
이에 앞서 위원회는 지구물리학적 탐사와 수심 측량 등 포괄적인 사전 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글을 쓰는 시점까지는 프로젝트가 실제 착수되었다는 소식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카르타헤나 국립 수중 고고학 박물관에는 마자론 I호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으며, 발견지인 마자론에도 방문객을 위한 해설 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티에르노 갈반 대로(Avenida Tierno Galván)에 위치한 이 센터에서는 난파선 설명 패널과 함께 마자론 II호의 축소 모형, 각종 그래픽 자료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