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 뼈를 관통한 못이 그대로 남아 있는 2세기 후반의 유골이 잉글랜드 동부 케임브리지셔주 펜스턴턴(Fenstanton)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북유럽에서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된 십자가형 사례다.

▲ 펜스턴턴의 십자가형 희생자로 추정되는 인골의 발뒤꿈치 뼈
무려 약 1,900년 전의 유골이다. 발뒤꿈치 뼈에 못이 박힌 채 출토된 이 극히 드문 인골은 잉글랜드 펜스턴턴 유적지에서 조사 중인 다섯 곳의 로마 정착촌 묘지 중 한 곳에서 발굴되었다. 사망 당시 나이는 25~35세로, 로마 제국에서 집행되던 사형 방식인 십자가형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못
이 유골은 2017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못은 진흙으로 뒤덮인 발뒤꿈치 양쪽으로 아주 살짝만 돌출되어 있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고고학자 코린 듀히그(Corinne Duhig)가 유적지 밖에서 진행한 분석 과정에서야 이 이물질이 비로소 확인되었다. "'펜스턴턴의 남자'라 불리는 이 인골의 오른쪽 발뒤꿈치 뼈, 즉 종골(calcaneum)에 철제 못이 박혀 있었다"고 발견자들은 영국 고고학 잡지(British Archaeology)에 게재한 글에서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것이 북유럽에서 알려진 유일한 십자가형 사례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십자가형의 골격 증거는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등에서 보고된 바 있다.

▲ 잉글랜드 케임브리지셔주 펜스턴턴 고고학 유적지의 항공 사진. 출처: British Archaeology Magazine
하지 감염과 염증의 흔적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펜스턴턴의 남자의 뼈는 서기 130년에서 360년 사이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유골에서는 생전(ante mortem)에 입은 외상의 흔적, 특히 하지 부위의 감염과 염증 징후도 함께 발견되었는데, 이는 피해자가 생전에 끈이나 사슬로 팔다리가 결박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증거들은 그가 노예였거나 수감자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도자료는 밝혔다. 로마 세계에서 십자가형은 흔한 형벌이었지만, 이와 관련된 골격학적 흔적은 극히 드물다.
잔혹했던 실제 고문
이처럼 극도로 고통스럽고 느린 처형 방식에서는 사형수의 손목이나 전완에 못을 박아 나무 십자가의 가로대(patibulum)에 고정하고, 발에도 함께 또는 각각 따로 못을 박았다. 못은 발뒤꿈치 뼈(종골 부위)나 발 중앙의 중족골을 관통하도록 꽂혔다. 이후 십자가는 도로변이나 언덕 위 등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장소에 세워졌으며, 십자가에 매달린 사람은 그 자세로 인한 점진적 질식과 함께 극심한 고통 속에 탈진하여 죽음을 맞았다.
이 악명 높은 사형 형벌은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337년까지 로마 고대 사회에서 빈번하게 집행되었으며,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272~337)가 이른바 최고형(summum supplicium)의 집행을 금지하면서 마침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