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육수에 쫄깃한 쌀면, 고기와 신선한 허브를 더해 먹는 쌀국수(퍼, Phở)는 이제 베트남을 넘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표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사랑받는 음식이 정확히 누가, 언제 처음 만들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나 합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발상지는 베트남 북부, 남딘설이 유력
다만 학자들은 대체로 쌀국수가 베트남 북부에서 처음 탄생했다는 데 의견을 모읍니다. 특히 일부 역사학자들은 홍강 삼각주에 위치한 남딘(Nam Định) 성, 그중에서도 남딘 시를 발상지로 꼽습니다. 당시 남딘은 교역이 활발했던 도시로, 다양한 문화와 식문화가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됩니다.
20세기 초, 전국으로 퍼진 인기
남딘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쌀국수는 이후 수도 하노이를 거쳐 베트남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20세기 초반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 바쁜 사람들에게 값싸고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고, 쌀국수가 그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깨에 멘 지게에서 시작된 길거리 음식
초기의 쌀국수는 오늘날처럼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행상인들이 어깨에 지게를 메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팔았는데, 지게 한쪽에는 육수 냄비와 화로를, 반대편에는 쌀면과 고기, 허브 등 재료를 나눠 실었습니다. 손님이 있으면 길가에 자리를 잡고 뜨거운 국물을 부어 한 그릇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었죠.
노점에서 정식 식당으로
이렇게 길거리 음식으로 사랑받던 쌀국수는 점차 고정 노점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에는 본격적인 식당과 전문점까지 생기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하노이의 골목에서는 지게 쌀국수 전통을 이어가는 가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도 여전히 미스터리
흥미롭게도 '퍼(Phở)'라는 이름의 기원 역시 확실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요리 '포 드 푀(pot-au-feu)'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중국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공존하지만, 어느 쪽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발명자부터 이름의 유래까지, 쌀국수는 그 탄생 배경 자체가 하나의 매력적인 미스터리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