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한 동굴 벽면에는 약 6만5천 년 전 붉은 오크레가 남겨졌으며, 이는 당시 유럽 대륙에서 활동하던 유일한 인류였던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스페인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아르탈레스 선사 시대 동굴
지중해 연안 깊숙한 곳의 거대한 벽화 갤러리
스페인 남부 말라가 주, 지중해 연안에서 약 50km 떨어진 내륙에는 '도냐 트리니다드 동굴'이라고도 불리는 아르탈레스 동굴(Cueva de Ardales)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벽화 예술로 유명한 이 선사 시대 동굴은 1821년 지진으로 막혀 있던 입구가 드러나면서 발견되었으며, 깊이가 1.5km가 넘는 광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상부 구석기 시대의 그림들로 가득한 이곳에는 주로 솔루트레 문화(약 2만 년 전)와 오리냐크 문화(약 4만5천 년 전) 시기에 속하는 사슴, 말, 새 등 1천 점이 넘는 그림과 일부 인간 형상이 그려져 있으며, 1918년부터 앙리 브레유(Henri Breuil)에 의해 하나둘 밝혀졌습니다.
24개의 붉은 표식, 회화적 요소로 공식 확인
그런데 최근 이 유적지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중기 구석기 시대 인류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24개의 붉은 표식이 회화적 요소로 공식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연구 결과를 확정한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되었으며, 해당 색소와 그 연대를 재검토했습니다.
연구진은 '별의 방'이라 불리는 공간 한복판에 우뚝 솟은 인상적인 석순 장막, 즉 광물 생성물(스펠레오템) 위에 남아 있는 색소 잔여물을 덮고 있던 방해석 결정 샘플의 연대를 측정했습니다. 방해석은 흐르는 물로부터 형성된 탄산칼슘의 결정체로, 분석 결과 이 붉은 선들은 무려 6만5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이는 빙하기 유럽에서 생존하던 유일한 인종인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과 보르도대학교 소속 파세아(Pacea) 연구소의 프란체스코 데리코(Francesco d'Errico) 연구원은 "인류 최초의 벽화 작품을 마주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네안데르탈인이 벽면에 의도적으로 오크레를 바른 가장 오래된 사례라 할 수 있다"고 《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안달루시아 아르탈레스 동굴 깊은 곳 '별의 방'의 석순 장막에서 발견된, 6만5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 붉은 오크레 흔적 ©PNAS
'최초의 예술가' 네안데르탈인을 둘러싼 뜨거운 학계 논쟁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고고학계 일각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최초의 예술가'라는 칭호를 주장할 만한 능력이 있었는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져 왔습니다.
데리코 연구원은 "아르탈레스의 붉은 흔적에 관해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광학 현미경, 주사전자현미경(SEM), 미세 라만 분광법 등 수차례에 걸친 정밀 분석을 통해 이 오크레가 동굴 외부에서 반입된 것이 입증됐다는 점"이라며 "이는 분명한 안료이지 자연 현상의 산물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발표 내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벽 예술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레앙 테동게(Leang Tedongnge, 약 4만5천500년 전) 유적 연대 측정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우라늄-토륨(U-Th) 연대측정법으로 얻어진 6만5천 년이라는 수치는 무엇보다 여러 차례에 걸친 색소 도포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데리코 연구원은 "아르탈레스에서는 수천 년에 걸친 여러 차례의 방문 동안 같은 장소, 즉 석순 위에 반복적으로 색소가 칠해졌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네안데르탈인의 상징적 행동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인상적인 네안데르탈인의 업적 중 하나와도 비견됩니다. 바로 2016년 자크 조베르(Jacques Jaubert) 교수와 파세아 연구팀이 프랑스 타르에가론 주의 브뢰니켈(Bruniquel) 동굴 내부에서 발견한, 17만6천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부서진 석회암 덩어리들의 원형 구조입니다.

브뢰니켈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원형 구조 3D 복원 이미지 ©Xavier Muth, Archaeotransfer, Archeovision SHS-3D, Pascal Mora
무려 2톤이 넘는 의도적으로 부순 석순들이 운반되어 바닥 위에 두 개의 커다란 환형 구조물과 네 개의 작은 구조물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데리코 연구원은 "아르탈레스의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이 지하 세계, 그리고 자신들의 상징 체계를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석회암 생성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특정 장소가 지닌 특별한 가치를 끊임없이 이어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