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얀 페더(Jan Fedder) - 함부르크가 사랑한 북독일의 국민배우

그로스슈타트레비어(Großstadtrevier)의 순경 디르크 마티스, 뷔텐바르더 소식(Neues aus Büttenwarder)의 농부 쿠르트 브라켈만, 그리고 소설 원작 영화 ‘강물 속의 남자’의 잠수부 얀 힌리히스까지. 얀 페더(Jan Fedder)는 전형적인 북독일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 온 배우였습니다. 그는 2020년 1월 14일로 65번째 생일을 며칠 앞둔 2019년 12월 30일, 고향 함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글: 카트린 베버(Kathrin Weber)

페더가 연기한 인물들은 대개 거칠면서도 따뜻한 심성을 지닌 북부 독일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굽히지 않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실제로 NDR 시청자들은 그를 ‘북부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진짜 함부르크 사람

얀 페더는 1955년 1월 14일, 타고난 함부르크 아이(Hamburger Jung)로 태어났습니다. 조상 대대로 바다에 나갔던 집안이었으며, 그는 선술집 주인인 아버지와 뮈직홀 무용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장크트파울리(St. Pauli) 지구에서 자랐습니다. 열 살에 연기 수업을 시작했고, 열세 살이 되던 해에는 에른스트도이치 극장(Ernst-Deutsch-Theater)에서 공연된 ‘우리 작은 도시’로 고향 무대에 처음 섰습니다.

세계적 히트작 ‘잠수함’으로 이름을 알리다

학교를 마친 후 페더는 운송업 사무원으로 직업 훈련을 받았지만, 정작 그 일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대신 계속해서 무대에 섰고, 1974년부터 1976년까지 뷔르템베르크주립무대 에슬링겐(Württembergische Landesbühne Esslingen)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TV 단역 출연 후, 그는 1981년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세계적 히트작 ‘잠수함(Das Boot)’에서 건방진 항해사 필그림(Pilgrim) 역을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1991년 ‘수퍼슈타우(Superstau)’ 출연과 ‘타트오르트(Tatort)’ 등 TV 범죄 드라마 게스트 출연을 이어갔습니다.

1992년부터 그로스슈타트레비어의 경찰관 마티스로

“저는 새로 부임한 사람입니다.” 얀 페더는 이 한마디와 함께 1992년 함부르크의 동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디르크 마티스 역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오랜 세월 단골손님처럼 사랑받아 컬트적 지위를 누리게 된 이 시리즈는 그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순경 디르크 마티스는 당연하게도 함부르크 항구 주변 동네 주민들의 크고 작은 고민을 돌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배역은 그에게 꼭 맞춤형이었습니다. 마티스는 동네 특유의 거친 말투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강단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지녀 필요할 때면 비뚤어진 길을 걷다가도 작은 사람들과 함께 맞서주는 인물이었습니다.

뷔텐바르더 소식의 농부 브라켈만

NDR 시리즈 ‘뷔텐바르더 소식’ 역시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컬트 팬층을 확보한 작품입니다. 페더는 피터 하인리히 브릭스(Peter Heinrich Brix, ‘아치에’ 역)와 호흡을 맞춰 농부 쿠르트 브라켈만을 연기했습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일 없는 저지대의 작은 마을에서, 그는 교묘한 방법으로 큰 사업을 벌이려다 늘 발칙한 소동을 일으키는 인물입니다. ‘뷔텐바르더’의 첫 회는 1997년 크리스마스에 ‘하이마트게시히텐(Heimatgeschichten)’의 일부로 방송되었고,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하나의 시리즈로 제작되었습니다.

‘강물 속의 남자’로 독일 TV 어워드 수상

페더는 생전에 약 250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스스로 “모든 작품이 상을 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할 만큼 초년 시절에는 배역을 선택할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그프리트 렌츠(Siegfried Lenz, 2014년 별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강물 속의 남자(Der Mann im Strom)’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그의 의식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그로스슈타트레비어’처럼 한 시리즈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이 작품에서 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취직을 위해 신분증을 위조해 협박의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버린 함부르크 항구의 잠수부를 연기했고, 2006년 독일 TV 어워드에서 ‘TV 영화 부문 최우수 남자 배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성공에 힘입어 페더는 렌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영화에 더 출연했습니다. 2008년의 ‘등대선(Das Feuerschiff)’과 2010년의 ‘반란(Die Rebellion)’입니다. 두 작품 모두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페더의 연기 역시 높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작가 렌츠와 깊은 정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는 문화 프로그램 ‘쿨투어요르날(Kultur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웃으며 “나는 그를 사랑한다. 친절하고, 총명하고, 사랑스럽다. 그를 보면 마음이 열리고, 할아버지를 온갖 세상의 험난함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지그프리트 렌츠 역시 “얀 페더는 내가 그냥 좋아하는 배우다. 앞으로 내가 쓰는 글은 몰래 그에게 바치게 될 것이다. 언젠가 그것을 얀 페더만이 연기할 수 있기를 바라며”라고 답했습니다.

채식주의자, 수집가, 그리고 뮤지션

사생활에서 페더는 수십 년간 거의 채식을 지킨 사람이었고, 동시에 클래식카 수집의 열정가였습니다. 주말을 보내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이체호(Itzehoe) 인근의 농장에는 작은 개인 박물관을 꾸며 자동차, 트랙터, 오토바이, 골동품 등 소장품을 모아두었습니다. 그의 절대적 애완품은 메서슈미트 버블카(Messerschmitt Kabinenroller)였습니다. 여가 시간에는 수집품 엔진을 직접 손보는 것을 즐겼습니다. 음악가이기도 했던 그는 록 밴드 ‘빅볼스(Big Balls)’의 리드 싱어로도 이름을 알렸으며, 2000년에는 파트너였던 마리온(Marion)과 결혼했습니다.

병으로 인한 촬영 중단

2012년 얀 페더는 ‘항구 목사(Der Hafenpastor)’에서 새로운 배역에 도전해, 함부르크 장크트파울리 교회의 따뜻한 존재인 목사 슈테판 북(Stefan Book) 역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가을, 암 의심 진단으로 수개월간 촬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공백으로 ‘뷔텐바르더 소식’ 두 회에 농부 브라켈만으로 등장하지 못했고, ‘그로스슈타트레비어’ 26번째 시즌 촬영에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컬트 경찰관은 27번째 시즌에서 복귀했지만, 2014년 가을 28번째 시즌 촬영에서는 건강 문제로 다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구강암 진단으로 총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견뎌야 했습니다. 페더는 쉬는 것이 솔직히 말해 너무나 힘들었다고 털어놓았고, 29번째 시즌 복귀 후에는 “암과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나쁜 시간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이후 제복을 벗고 민복 차림의 환경수사관이라는 새 배역을 맡았습니다. 예전의 자신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어도 살아 있고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에게 이 저녁 시간대 시리즈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가족이자 고향 그 자체였습니다.

2019년까지 카메라 앞에 서다

암을 극복하고 삶의 용기를 되찾은 페더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습니다. 양쪽 다리에 심각한 골절을 입었고, 감염까지 겹치면서 회복이 더디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건강상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얀 페더는 늘 카메라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2019년에는 ‘그로스슈타트레비어’의 새 에피소드 촬영에 참여했고, 같은 해 가을에는 발목 부상으로 다시 한번 촬영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배우에게 일은 생명의 영약이었습니다. 28년에 걸쳐 ‘그로스슈타트레비어’에 400회 이상 출연한 그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촬영을 못 하게 되면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을 것이다. 그럼 끝이야”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얀-페더 프로메나데와 기념패가 배우를 추모합니다

2022년 1월부터 함부르크 항의 란퉁스브뤼켄(Landungsbrücken)과 바움발(Baumwall) 사이 산책로는 이 사랑받는 배우이자 함부르크 경찰의 명예 경감의 이름을 따 ‘얀-페더 프로메나데(Jan-Fedder-Promenade)’로 불립니다. 또한 그가 즐겨 들렀던 레페르반(Reeperbahn)의 선술집 ‘추어 리체(Zur Ritze)’ 입구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패가 설치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