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태기시족의 이야기꾼 안젤라 시드니(1902~1991)는 태기시족의 전통 설화는 물론, 유콘 지역 지명의 기원을 담은 소중한 역사 기록까지 후세에 남긴 인물입니다.

퍼스트 네이션스의 일원으로 태어나다
안젤라 시드니는 1902년 캐나다 북서부 유콘의 카크로스(옛 이름 캐리부 크로싱)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틀링깃족 출신 마리아 존, 아버지는 태기시족 출신 태기시 존으로, 그녀는 캐나다 퍼스트 네이션스의 일원이었습니다. 출생 당시 그녀는 세 개의 이름을 받았습니다. 태기시어로 '추네트 마(Ch'óonehte' Ma)', 틀링깃어로 '스토우(Stóow)', 그리고 대부가 지어준 '앤절라'였습니다.
앤절라와 오빠 조니, 여동생 앨리스 도라는 캐나다 퍼스트 네이션스에 큰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를 지나며 성장했습니다. 19세기 말에는 수많은 보호구역이 설치되었고, 1876년의 '인디언법(Indian Act)'은 캐나다 정부에 원주민과 그들의 보호구역에 대한 입법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전국 곳곳에 기숙학교가 세워져 퍼스트 네이션스 아이들을 그들의 뿌리에서 떼어내 문화 동화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유콘에서는 앤절라 아버지의 사촌 세 형제가 금을 발견하면서 골드러시가 일어나 수만 명의 탐광객이 몰려들었습니다.
안젤라의 가족은 비극도 겪었습니다. 마리아와 존의 첫 네 자녀가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생존한 세 형제자매 중 맏이였던 앤절라는 병과 상실로 크게 무너진 어머니를 돕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를 거들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열 살이 되기 전 잠시 카크로스 성공회 선교학교에 다니며, 두 세계와 두 문화 사이에서 성장했습니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어린 시절부터 앤절라는 부모님, 삼촌과 이모, 사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태기시족의 전통 이야기, 노래, 춤을 듣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돌보아야 했던 어머니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앤절라는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비교하며 전통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태기시어나 틀링깃어 대신 영어만 사용했고, 사춘기에 치르는 전통적 고립 의식 역시 들려왔던 이야기만큼 엄격하게 이어지지 못한 채,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짧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 깨달음에서 소녀는 자신의 민족의 전통, 언어,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나의 재산입니다"
열네 살에 앤절라는 자신보다 두 배나 연상인 조지 시드니와 결혼했습니다. 결혼식은 먼저 태기시 전통 방식으로 치러졌고, 이후 성공회 교회에서 다시 거행되었습니다. 부부는 일곱 자녀를 두었지만 그중 넷은 어린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녀들 역시 두 세계 사이에서 성장하며 영어와 캐나다 문화를 익히는 동시에, 어머니에게서 전통적인 태기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솔직히 나는 손주들에게 물려줄 돈이 없소. 하지만 내 이야기가 곧 나의 재산이오!"
자녀들을 넘어 앤절라는 태기시 전통을 학교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며 문화 보존에 힘썼습니다. 그녀는 이야기와 전설을 두 권의 저서, 『내 이야기가 나의 재산(My Stories Are My Wealth)』(1977)과 『태기시 타구(Tagish Tlaagu)』(1982)로 출판했습니다. 또한 남유콘 호수 일대 지명에 담긴 태기시어·틀링깃어 이름의 의미를 상세히 정리한 책도 펴냈습니다.
캐나다 훈장을 받은 최초의 퍼스트 네이션스 여성
안젤라 시드니는 언어학자 빅터 골라, 제프 리어, 존 리터와 협력하여 태기시어의 체계적인 보존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또한 인류학자 줄리 크루익생크와 함께 여섯 세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와 계보를 재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986년, 앤절라는 태기시 문화 보존에 대한 헌신적인 공헌을 인정받아 캐나다 최고의 민간 훈장인 캐나다 훈장(Order of Canada) 회원으로 선임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영예를 안은 최초의 퍼스트 네이션스 여성이었습니다.
안젤라 시드니는 1991년, 8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이야기들은 오늘날까지 태기시족의 소중한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