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증언하라는 기이한 관행
식민지 시대 인도의 한 영국 치안판사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법정에서 증인이 진술을 시작하면, 판사는 증인 앞에 거울을 놓았다. 증인은 자신의 얼굴과 눈빛이 비치는 거울을 마주 본 채 진술해야만 했다.
발라브바이의 반격: "거울도 증거로 보존하십시오"
어느 재판에서 그 치안판사는 또다시 거울을 꺼내 들고, 발라브바이(훗날 인도의 '강철의 사르다르'로 불린 파텔)의 증인에게 거울 앞에서 진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발라브바이는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 의뢰인은 이 거울이 공식적으로 증거물로 보존되는 조건에서만 진술하겠습니다. 이후 이 사건이 지방법원으로 회부될 경우, 이 거울 역시 증거로 제출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치안판사는 거울을 증거물로 받아들이기를 단호히 거부했다.
"모든 것을 알아채는 거울인데, 왜 증거가 안 됩니까?"
발라브바이는 냉철한 논리로 되물었다. "증인의 모든 세부 사항을 이 거울이 고스란히 알게 된다면, 그것을 증거로 인정하는 데 대체 무슨 이의가 있습니까?" 치안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설령 거울이 증인의 모든 내용을 알게 된다 해도, 이 거울은 이 사건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다면, 왜 법정에 두셨습니까?"
기회를 놓치지 않은 발라브바이가 결정타를 날렸다. "거울이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굳이 법정에 두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에 두 사람 사이에 긴 설전이 벌어졌고, 법정은 발라브바이의 재치를 지켜보려는 이들로 발칵 뒤술크었다.
결국 치안판사는 자신의 완고함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거울은 법정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 일화는 훗날 인도 독립 운동의 거목이 된 발라브바이 파텔이 젊은 변호사 시절부터 이미 남다른 논리력과 담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