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정부는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일반 국민에게도 필수품을 공정하게 나누어 주기 위해 전국 단위의 배급제(rationing)를 시행했습니다. 전시 경제 체제 아래에서 일상생활 곳곳에 큰 변화가 찾아왔는데, 그중 대표적인 배급 품목 다섯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휘발유
군용 연료와 필수 서비스용 연료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1942년 5월 휘발유 배급을 도입했습니다. 운전자들은 배급표(ration book)를 발급받아야 했으며, 직업과 차량 이동의 필요성에 따라 매월 정해진 양의 휘발유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자동차 여행이 줄어들면서 카풀 문화도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2. 육류, 가금류, 생선 및 유제품
물가관리국(Office of Price Administration, OPA)은 1943년 3월부터 육류, 가금류, 생선, 유제품에 대한 배급을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구원 수에 따라 배급표를 지급받았고, 매주 구매할 수 있는 식품의 양이 엄격히 제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가정에서 채소 재배를 위한 '승리 정원(Victory Garden)'을 가꾸는 등 식량을 보충하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3. 커피와 설탕
커피와 설탕 역시 1942년부터 배급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해상 무역로가 위협받고 세계적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배급표를 사용해야 했으며, 구매할 수 있는 커피와 설탕의 양이 제한되어 일상적인 식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이 따랐습니다.
4. 타이어 및 고무 제품
미군은 타이어, 호스, 개스킷 등 각종 군사 장비 생산에 고무를 최우선으로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 민간 시장에는 고무가 크게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OPA는 1942년 1월 타이어 배급을 실시했습니다. 구매 가능한 타이어의 수가 제한되었으며, 새 타이어를 받으려면 기존에 사용하던 낡은 타이어를 반납하는 조건이 요구되었습니다.
5. 신발
군용 부츠 생산에 가죽 원료가 우선 공급되면서 민간용 신발 생산도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는 1943년 2월부터 신발 배급을 시작했고, 소비자는 1년에 몇 켤레로 구매량을 제한받았습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는 신발 수급이 큰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국의 배급제는 전쟁 물자 확보와 국민 간의 형평성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요한 정책이었습니다. 배급제는 전쟁이 끝난 후 점차 폐지되었지만, 전시 총력전 체제가 개인의 일상까지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