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멍청한 금발녀' 편견은 언제 태어났을까?

금발은 언제부터 '멍청함'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흔한 고정관념과는 달리, 금발 여성이 다른 여성들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통념은 그리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중세 시대나 마녀사냥 시대에서 그 흔적을 찾으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놀랍게도 이 편견은 기술과 문명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꽤 '현대적인' 산물이다.

미국 매거진 슬레이트(Slate)의 칼럼니스트 줄리엣 라피도스(Juliet Lapidos)에 따르면, 금발이 '멍청하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은 불과 19세기 후반의 일이며, 이는 앵글로색슨 문화권이 만들어낸 문화 현상이라고 한다.

1868년, 뉴욕 무대에서 시작된 이야기

모든 것은 18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영국 코미디 극단이 뉴욕 우즈 박물관(Wood's Museum) 무대에서 그리스 신화 속 이크시온(Ixion) 왕 이야기를 패러디한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이 공연은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고, 스타킹 차림으로 등장한 네 명의 금발 여성 캐릭터는 보수적인 도덕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은 이들을 '재능이 아니라 몸매로만 사랑받는 인물들'이라며 수군거렸고, 네 명의 배우에게는 곧 '영국 금발녀(British Blondes)'라는 별명이 붙었다.

 멍청한 금발녀  편견은 언제 태어났을까?

17세기 화가 호세 리베라(José de Ribera)가 그린 이크시온. 처음으로 친족을 살해한 인물에 대한 신화를 패러디한 연극이, 또 다른 신화 — '멍청한 금발녀' — 를 낳게 된 셈이다.

이것이 아마도 더 모욕적인 표현인 '어리석은 금발(dizzy blonde)'의 시초였을 것이다. 여기서 'dizzy'는 순진하거나 단순히 멍청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단어는 영국인들이 유행시킨 자극적인 무대 공연을 지칭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직업적인' 미모의 여인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했다. 19세기가 저물기 전에 이 용어는 미국에서 워낙 널리 퍼져서, 언론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할 정도가 되었다.

 멍청한 금발녀  편견은 언제 태어났을까?

'어리석은 금발' 장르의 전형적인 모델.

영화 속으로 옮겨진 편견, 그리고 마릴린 먼로

'멍청한 금발녀'가 스크린에 등장하기까지는 30년이 더 걸렸다. 아마도 최초의 해당 주인공은 아니타 루스(Anita Loos)의 소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Gentlemen Prefer Blondes)』에 등장하는 로렐라이 리(Lorelei Lee)였을 것이다. 이 작품은 먼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었다.

로렐라이는 부유한 남성의 곁을 파는 직업적인 컴패니언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신념을 가진 그녀는 어쩌면 멍청하기보다는 허영심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외모를 활용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능숙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1953년,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로렐라이 역을 맡으면서 이 이미지는 완전히 굳어지고 만다. 금발 여성은 즐기기를 좋아하고, 지능은 별로 높지 않으며, 삶에 자유분방하게 접근하는 여성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멍청한 금발녀  편견은 언제 태어났을까?

1928년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의 포스터. 이 작품이 '멍청한 금발녀' 신화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고 평가받는다(출처: 퍼블릭 도메인).

물론 이것은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밝은 머리색에 대한 인상이 우리 의식에 훨씬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19세기 이전까지는 아무도 금발 여성을 그런 식으로 '멍청하다'고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참고 자료

  • S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