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 먹은 아이라면 산타클로스에게 멋진 선물을 받기를 손꼽아 기다릴 것입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날, 참지 못하고 뜯어 연 상자 안에 히틀러 피규어가 들어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평범한 피규어가 아니라 장난감 역사상 가장 흉측하기 짝이 없는 물건입니다. 정말 악몽 같은 장난감이죠.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전체주의 체제가 그렇듯, 나치 제3제국의 지도부도 국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체제에 동화되도록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유용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장난감, 특히 군사적·정치적 성격을 띤 장난감이었습니다. 히틀러 피규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만의 '총통'을 한 자리에
독일 아이들은 사진 속과 같은 장난감 병정에 열광했습니다. 이 제품은 루트비히스부르크의 오앤엠 하우저(O. & M. Hausser)社가 판매한 것으로, 이 회사는 톱밥과 수지를 섞어 만든 복합 소재를 개발해 '엘라스톨린(elastolin)'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소재로 길이 7cm 정도의 인형을 찍어낸 뒤 하나하나 손으로 채색했습니다.
히틀러 피규어는 여러 종류가 출시되었습니다. 앉아 있는 모습, 서 있는 모습, 그리고 하켄크로츠(만자) 깃발로 장식된 연단 위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 등이 그것입니다. 일부는 정성껏 손채색한 도자기 머리를 달았고, 사진 속 제품처럼 팔이 움직여 나치식 경례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있었습니다.
장난감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이렇게 흉측한 악몽 같은 제품은 아마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독일 아이들은 히틀러 피규어에 열광했습니다.
제3제국의 수반 외에도 베니토 무솔리니, 헤르만 괴링, 프란시스코 프랑코, 루돌프 헤스 등의 인물 피규어를 살 수 있었고, 히틀러유겐트 병사부터 친위대(SS) 병력, 각종 군용 차량 모형까지 다양하게 판매되었습니다.
더 정교한 장난감도 생산되었습니다. 작은 발사체를 쏘는 포병 대포나, 방아쇠를 당기면 연기를 내뿜는 소총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피규어 하나 값이 5라이히스마르크로 결코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1938년 당시 평균 주급이 30라이히스마르크 정도였으니까요.
방바닥에서 벌이는 전쟁 놀이
엘라스톨린 병정들은 아이들에게 히틀러의 연설을 재현하거나 자기 방 바닥에서 전투를 벌이는 짜릿한 놀이를 선사했습니다. 물론 이런 장난감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리 없었습니다. 나치 선전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이 장난감들의 임무는 어린이들에게 군대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고, 나치의 저명한 인물들을 영웅으로 숭배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로저 무어하우스(Roger Moorhouse)의 책 『100개의 사물로 보는 제3제국(The Third Reich in 100 Objects)』(즈낙 호리존트 출판)에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체제는 오앤엠 하우서社를 매우 면밀히 감시했는데, 무려 히틀러 본인이 자신의 얼굴 주형이 더 사실적으로 나오도록 직접 개입하기까지 했습니다.
1943년, 경제가 완전히 전시 체제로 전환되면서 거의 모든 생산이 군수품 조달에 동원되자 엘라스톨린 피규어의 판매도 중단되었습니다.
그 무렵, 1930년대에 이 장난감 병정들을 가지고 놀았던 많은 독일인들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의 실제 전선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출처
이 글은 로저 무어하우스의 책 『100개의 사물로 보는 제3제국』(즈낙 호리존트 출판)에 처음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제목, 삽화와 설명, 굵은 글씨, 대괄호 안의 부연 설명, 소제목은 편집자가 추가한 것입니다. 원문은 가독성을 위해 문단 구분을 더 자주 넣는 등 기본적인 편집을 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