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평범한 여성은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합류했습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죽음의 위기를 기적으로 넘겼고, 무려 105세까지 살았습니다. 과연 안드레 필(Andrée Peel)은 누구였을까요?
안드레 필은 1905년 2월 3일 프랑스 북서부 브레스트(Brest)에서 태어났습니다. 독실한 신앙을 지닌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철저하고 애국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미용실을 운영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그녀의 삶에도 커다란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나치가 파리에 입성하자 그녀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직접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조종사를 구하다
처음의 활동은 비교적 즉흥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프랑스 병사들을 숨겨주고 민간인 옷을 입혀 군중 속에 섞이게 함으로써 체포를 피하도록 도운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1940년 여름,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장군의 역사적인 6월 18일 선언문을 인쇄하여 배포했습니다.
“프랑스는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전쟁에서 진 것은 아니다.”
이 말은 프랑스의 패전을 인정하는 동시에, 자유 프랑스군 창설의 서막을 알리는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안드레는 정식으로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합류했습니다. 처음에는 지하 신문 배포를 담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임무는 훨씬 위험한 수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연합군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맡아 영국 특수작전집행부(SOE)와 협력하게 되었고, 밤이면 동료들과 함께 횃불을 들고 연합군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안전한 착륙 경로를 표시해 주었습니다.
안드레는 빠르게 승진하여 영국 정보기관 소속의 하사 겸 비밀 요원이 되었으며, 코드명은 처음에는 “X”, 이후에는 “로즈(Rose)”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코드명은 SOE의 또 다른 프랑스 활동가였던 아일린 니어니(Eileen Nearne)도 사용했습니다. 임무 수행 중 안드레는 잠수함을 타고 유럽을 탈출한 100명이 넘는 영국군 조종사의 생존을 도왔습니다. 모두 합치면 약 2만 명에게 도움을 주거나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체포는 불가피했다
1943년, 게슈타포가 한 동료의 가족을 그의 눈앞에서 고문하자 그는 결국 안드레의 존재를 발설하고 말았습니다. 안드레는 브레스트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파리에서 피신처를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고문에 못 이겐 또 다른 레지스탕스 대원에게 신원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결국 함정에 빠진 그녀는 1944년 게슈타포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그녀는 극도로 잔혹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옷을 벗긴 채 구타당했고, 물에 반복적으로 담가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 고문 때문에 그녀는 평생 목 부상, 식도 탈구, 편도 손상으로 시달려야 했습니다. 심문이 끝난 후 그녀는 라벤스브뤼크(Ravensbrück) 여성 강제수용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도 여러 차례 가스실의 죽음을 간신히 피했습니다. 이후 수막염까지 앓고 있던 상태로 부헨발트(Buchenwald) 수용소로 이송되었습니다.
안드레 필은 이러한 헌신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레지스탕스 훈장 등 여러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이미 총살대 바로 앞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연합군이 수용소를 해방한 것입니다. 그녀는 훗날 회고록에서 포로들이 한 줄로 세워져 있는데 갑자기 수용소에 전화벨이 울렸다고 기억했습니다. 미군은 수용소 접수 소식을 알리며, 포로 처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독일 분견대원들의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안드레는 또 한 번 기적처럼 죽음을 피했습니다.
“기적은 실제로 일어난다! 나는 싸우기 위해 태어났다!”
훗날 그녀는 이 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적은 실제로 일어나는 법입니다.” 바로 이 문장이 그녀의 자서전 제목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한국어로는 출판되지 못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녀는 잠시 파리의 한 음식점에서 일했지만, 곧 훗날의 남편이 되는 존 필(John Peel)을 만나 그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2010년 3월 5일, 그녀는 무려 10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영웅적인 활동으로 그녀는 레지스탕스 훈장, 종군십자훈장, 해방 훈장, 미국 자유 훈장을 받았습니다. 또한 윈스턴 처칠이 직접 보낸 감사 편지도 받았는데, 그녀는 그 편지를 읽은 뒤 소각해 버렸다고 합니다.
안드레는 불굴의 의지와 용기의 상징으로 기억됩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싸우는 사람입니다”, 즉 자신은 싸우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젊은 반항아들을 위한 잠자리 이야기 2(Bedtime Stories for Young Rebels, Volume 2)』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telegraph.co.uk: Andrée Peel
- womenshistorynetwork.org: Andrée Peel, 1905–2010
- news.bbc.co.uk: “WWII heroine Andree Peel dies in Long Ashton aged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