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 GROM
군대 훈련에 대한 농담과 병사들의 일화는 얼마든지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점점 더 위험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폴란드에는 베테랑 특수작전 지휘관들조차 감탄을 금치 못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대가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바르샤바 중심가의 오피스 빌딩이나 지하철역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버틴다면? 아시아를 여행 중인 폴란드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납치된다면? 폴란드 전투기 조종사가 적진 상공에서 탈출하여 구출되어야 한다면? 적군이 유조선 폭파를 준비하고 있어 선박을 탈환하고 승무원을 제압해야 한다면? 이런 모든 상황에서 '칙호치엠니(Cichociemni)'의 전통을 계승한 폴란드 엘리트 특수부대 GROM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분쟁에서 반테러 연합군에 참전한 병사들은 폴란드군의 최고 자랑거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GROM과 함께 훈련해 온 미군은 이 부대의 전투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가장 어려운 작전에 이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성공하거나, 아니면 산 채로 불타거나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 폴란드인들은 정예로 선발된 요원들이 얼마나 치명적인 무력인지 입증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사담 후세인 지지세력이 장악한 페르시아만 지역에는 두 개의 거대한 석유 환적 터미널이 있었는데, 야로스와프 리바크(Jarosław Rybak)가 저서 『GROM.pl』에서 밝혔듯이 하루에 200만 배럴의 석유를 환적하고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었습니다.
GROM의 목표였던 하우르 알 아마야(Khawr Al Amaya) 석유 터미널(공개 이미지)
1991년 걸프전(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이라크는 만에 원유를 방류해 거대한 생태 재앙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미국은 10년 전의 참상이 재현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게다가 이 터미널들은 이라크 유일의 컨테이너선 취항 항구와 중요한 철도 요충지로 이어지는 관문이기도 했습니다. 두 터미널은 NAVY SEALs와 GROM이 협동하는 은밀한 작전으로 특공대원들이 점령하기로 했습니다.
임무는 극도로 위험했습니다. 소총 한 발로 길이 1.5km, 폭 100m에 달하는 거대 구조물을 파괴할 수는 없지만, 필사적인 자의 손에 쥐인 폭발물과 기폭 장치 하나면 모든 것이 거대한 화염덩어리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300m급 유조선 한 척이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작전 전 많은 폴란드 병사들은 만일을 대비해 가족에게 유서를 썼다고 전해집니다.
특수부대 특공대원 훈련의 핵심 요소인 블루(blue) 전술, 즉 수중 전투와 수상 목표물 점령 훈련(벨로나 출판사 자료)
수상 목표물 점령이 GROM 대원들에게 낯선 임무는 아니었습니다. 전직 대원 '네이블(Naval)'은 저서 『개는 마지막에 문다—나는 어떻게 GROM 돌격대원이 되었는가』에서 이렇게 회고합니다.
인생은 놀라운 시나리오를 쓰는 법입니다. GROM에 들어갈 때만 해도 어딘가의 해상 석유 플랫폼에서 훈련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싸울까요? 우리도 처음엔 몰랐지만,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한 걸음씩 배워 갔습니다. 시설 운영상 어느 지점이 전략적 요충지인지, 어디서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은지 말입니다.
작전은 단 15분 만에 종료되었고, 사령부에 배속된 기자들은 폴란드 특공대원들의 활약을 진심으로 감탄하며 지켜봤습니다. GROM 요원들의 검은 실루엣이 그림자처럼 터미널 곳곳에 흩어졌습니다. 그들은 단 한 명의 손실도 없이 모든 이라크인을 생포했고, 터미널 곳곳에 설치된 '폭발 함정'을 모두 무사히 피해냈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작전 덕분에 시설은 사담 측이 계획한 대로 폭파되지 않았습니다.
'카드 덱' 사냥
미국은 이라크의 최흉악한 범죄자들과 사담 후세인의 측근들을 소위 '카드 덱(deck of cards)'이라 불리는 명단에 올렸습니다. 명단의 '카드'를 한 장씩 잡아내는 것은 연합군 병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목표물들은 극도로 잡기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추격자를 따돌리는 데 능숙했고, 동포들 사이에 섞여 끊임없이 이동했습니다. 게다가 언제나 경호원과 무기를 갖추고 있었고,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사용했습니다.
2003년 7월, 바그다드 대학 캠퍼스에서 미군 병사 한 명이 사살당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처형이었습니다. 청년은 머리에 단 한 발을 맞고 살해당했고, 범인들은 도주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방아쇠를 당긴 남자의 행방을 파악했고, 델타 포스(Delta Force) 특공대가 체포 작전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미군의 추적에도 남자는 자정을 넘겨 추격망을 빠져나갔습니다. 야로스와프 리바크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델타 포스의 작전이 실패한 지 세 시간 후, GROM 대원이 그 살인범을 멈춰 세웠습니다. 문자 그대로 마지막 순간의 성공이었습니다. 그는 공작 대금을 받고 한 시간 뒤 바그다드를 떠날 예정이었으니까요.
이런 작전마다 병사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은 막대했습니다. 추적 대상의 경호원들은 종종 자폭 테러용 '샤히드' 벨트나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으니까요. GROM 돌격대원들은 '쿠르디스탄의 학살자'라는 별명으로 악명 높은 '화학 알리'의 경호원들, 그리고 폴란드 데블린에서 유학까지 한 이라크 장군 등을 생포했습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군은 유명한 '카드 덱' 중 약 30장을 처리했으며, 그 외의 목표물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발칸의 옥좌에 숨은 범죄자를 잡다
창설 이래 GROM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폴란드 특수부대는 발칸 반도,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에도 파견되었습니다. 1997년 6월, 부대에는 부코바르에서 크로아티아인 학살을 자행한 세르비아 전범 체포라는 임무가 부여되었습니다(해당 집단 매장지는 타데우시 마조비에츠키가 이끈 UN 사절단에 의해 발굴된 바 있습니다).
부대의 작전은 원거리의 위협을 제거할 준비를 마친 저격수들이 엄호합니다(벨로나 출판사 자료)
'도살자(The Butcher)'라는 별명이 결코 헛되이 붙지 않은 슬라브코 도크마노비치(Slavko Dokmanović)는 UN 관할 지역을 떠나 은신해 있었습니다. 그는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에 회부되어 심판받아야 할 인물이었습니다. 이 작전을 둘러싼 전설적인 일화가 많지만, 한 대원은 단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머리에 자루를 씌우고, 헬기에 태우면 끝이다.(토마시 마젤렉, 『GROM 저격수의 비밀 작전』 인용)
1997년 6월 17일, '도살자'는 꾀에 의해 UN 관할 지역으로 유인되었습니다. 미끼는 옛날이야기처럼 오래되고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부동산 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었습니다.
도크마노비치와 그의 경호원들은 UN 소유지만 GROM 대원이 운전하는 차량에 올랐습니다.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폴란드 병사들로 가득 찬 또 다른 차량이 뒤따랐습니다. 이후 전개는 눈 깜짝할 새였습니다. 도상에서 동료들을 엄호하던 저격수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우리는 작전 개시부터 그들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머리에 자루가 씌워질 때까지, 이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모험의 끝이라는 사실도요.(토마시 마젤렉, 『GROM 저격수의 비밀 작전』 인용)
이러한 신속함은 지옥의 원을 한 층씩 내려가는 듯한, 악마적으로 가혹한 선발 과정과 훈련이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이런 작전에서는 우연이란 없으며, 사건 경과의 모든 변수는 오래전부터 꼼꼼히 구상되고 거듭 리허설됩니다.
미 해군 SEALs와 GROM 대원의 합동 기동 훈련 장면(공개 이미지)
특수부대는 적에게 청천벽력처럼 내습해야 하며, 스와보미르 페텔리츠키(Sławomir Petelicki)가 창설한 이 부대의 특공대원들은 바로 그렇게 해내 왔습니다. GROM 창설 이후 그 대원들이 얼마나 많은 작전을, 그리고 어떤 작전을 수행했는지 진정으로 아는 이는 부대원들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