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좋은 물류야말로 진정한 전력의 승수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증명하다

역사 속 위대한 전투들은 물류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네덜란드 국방아카데미 소속 군사물류 전문가 폴 판 페네마(Paul van Fenema)와 톤 판 캄펜(Ton van Kampen) 두 사람과 이 문제를 함께 살펴봤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격은 상당 부분 정체된 상태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서 반격에 성공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그토록 바라던 신속한 승리는 무산됐고, 러시아 병사들은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험난한 소모전에 내몰리고 있다.

"연료 없는 탱크, 굶주린 병사"… 러시아군의 물류 악몽

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러시아군이 물류 악몽에 빠졌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연료가 떨어져 버려진 탱크와 장갑차, 초조한 배급으로 버티는 병사들 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관련이 있을까?

톤 판 캄펜: "열악한 물류가 이 악몽의 원인이라는 결론은 미리 내려서는 안 된다. 푸틴의 전략적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폴 판 페네마: "각종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진실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도로변에 그대로 방치된 장갑차, 무슨 일이?

톤 판 캄펜: "실제로 그런 영상들이 확인된다. 하지만 그것이 연료 공급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고장 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병사들이 탈영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장비를 남겨둬야 한다면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파손하는 것이 상식이다. 도로변에 멀쩡한 장비가 놓여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며칠 만에 주요 거점 장악 계획은 실패

톤 판 캄펜: "대다수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것은 러시아군의 신속한 진격이었다. 공수부대를 투입해 며칠 안에 핵심 거점들을 장악하고, 활주로 같은 전략 요충지를 확보해 반격에 맞서 방어한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하게 실패했다."

"러시아군의 물류 체계 역시 신속한 진격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부대는 물류 지원 없이 며칠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재보급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료, 탄약, 식량 등이 곧바로 바닥난다."

폴 판 페네마: "러시아가 군 장비를 장거리 수송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철도다. 그래서 러시아 영내에서 장비를 이동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빠르다. 그러나 국경을 넘는 순간 상황은 급격히 어려워진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철도에서 내려 도로 운송으로 전환해야 한다."

병사들의 사기 저하, 도시전은 불가능

톤 판 캄펜: "전투가 길어질수록 재보급에 대한 의존도는 커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러시아군의 약점이다. 대부분 징집병인 러시아 병사들은 물자 부족과 공격 목표 달성 실패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해방자로 환영받을 것'이라는 말과 달리 현지 주민들에게 전혀 해방자로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같은 언어로 욕설을 듣기까지 한다. 또한 이들은 도시에 진입하지 않으려 한다. 도시전에는 잘 훈련된 특수 인력이 필요한데, 징집병 중심의 군대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이 스스로 항복하기를 바라며 원거리에서 도시를 폭격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도 빗나갔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의 나라와 도시를 위해 사자처럼 싸우고 있다. 결국 모든 문제가 얽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물류 지원이 부족한 것이다."

폴 판 페네마: "도시 포격 역시 엄청난 탄약을 소모한다. 비축량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 집중: 보급선 문제의 '논리적' 해법

톤 판 캄펜: "최근 동향을 보면 동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재편성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돈바스와 마리우폴 점령, 크림반도와의 육상 연결 확보에 집중할 것이다. 이것이 가장 논리적이기도 하다. 러시아 영내에서 그 지역을 훨씬 수월하게 물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 보급선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본국과 가까운 곳에서의 전쟁

톤 판 캄펜: "그렇다. 병력을 투입하는 것과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러시아는 자체 방위산업 육성에 집중해 자급자족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방위산업이 누적된 손실을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총력전 경제를 위한 대규모 동원은 논외다. 나라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고, 러시아 국민도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폴 판 페네마: "전쟁에서도 결국 일종의 루틴화가 찾아온다. 결국 누가 분쟁을 더 오래, 더 잘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물류는 이제 '필수 지원'이 아닌 '전력 승수'

톤 판 캄펜: "맞다. 물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물류에만 시선을 고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위 러시아 장성들이 전사했다는 보도를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모스크바와 최전선 사이 통신선이 너무 길어 장성들이 직접 전선에서 지휘해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 군사 교리에서는 장성급 장교가 전선에서 작전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그들이 전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장성들이 전선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머무는 데 익숙할 뿐이다."

나폴레옹, 바르바로사… 물류를 등한시한 역사의 교훈

톤 판 캄펜: "물론 과거에도 물류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많은 전역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바르바로사 작전이나 워털루 전투다. 물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거의 항상 일이 꼬인다. 반대로 물류만 잘 갖추면 항상 이긴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물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제 물류는 단순한 필수 지원이 아니라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다. 물류가 제대로 되면 차량 정비 상태가 좋아지고 수리가 빨라지는 등 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좋은 물류는 사기 진작에도 기여한다. 정기적으로 좋은 식사와 의료 지원을 받는 병일수록 전투 준비태세가 높다. 전력이 열세인 쪽도 이 중요성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하고 있다. 보급선을 체계적으로 공격하면 상대가 아무리 크고 강해도 계속 싸울 여력을 박탈하게 된다."

폴 판 페네마: "그렇다. 바로 앞서 언급한 전투들에서 정확히 그런 일이 있었다. 물류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은 곧 보급선이 표적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래 열세에 놓인 군대는 상대에게 일종의 마모 전술을 가한다."

톤 판 캄펜: "이에 대응해 보급선을 보호하려면 결국 최전선의 전투력을 깎아먹게 된다.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프랑스보다 넓은 나라에서 15만 명의 병력으로 4개 공격축에 걸쳐 작전을 수행하려면 결국 병력이 부족해진다."

6개월간 물류를 정비한 미국의 사례

톤 판 캄펜: "1990~91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작전인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에 앞서 미군은 6개월 넘게 쿠웨이트에서 물류를 정비했다('사막의 방패' 작전). '산을 옮기다(Moving Mountains)'라는 제목의 책이 나올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었다. 사막의 폭풍 작전 초기 단계에서 미군은 성공적인 공중 작전으로 이라크 공군 전력을 무력화했다. 제공권을 장악하면 지상에서 취약성이 크게 줄어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아직 그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패배를 증강하지 말라"

톤 판 캄펜: "짧고 신속한 작전이 계획됐고, 그것은 실패했다. 군대에는 '패배를 증강하지 말라(don't reinforce a defeat)'는 격언이 있다. 지고 있는 분쟁에 병력과 장비를 계속 투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손실만 더 커진다. 그리고 푸틴은 자국민에게 성공담을 계속 내보여야 한다. 손실이 늘어날수록 설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차피 통치하고 싶은 지역을 파괴해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크라이나 동부는 이미 많이 파괴됐고,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군사를 넘어 경제·외교·사이버까지, 다차원 전쟁

폴 판 페네마: "이 전쟁은 단순히 두 군대가 마주 서고 강한 쪽이 이기는 전쟁이 아니다. 군사, 경제, 금융, 외교, 사이버 공간 등 여러 영역에서 모두가 분쟁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다차원 전쟁이다. 물류가 역할을 하는 군사 영역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