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12월 15일 성 엘레프테리오스 축일, 임산부의 수호성인의 생애와 기적

기독교 교회의 주교이자 순교자인 성 엘레프테리오스. 정교회는 매년 12월 15일, 가톨릭 교회는 4월 18일에 그의 기념일을 지냅니다.

성 엘레프테리오스는 누구인가

엘레프테리오스는 2세기 로마에서 부유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그는 사도 바울의 제자들을 통해 기독교로 개종한 어머니 안티아(Anthia)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엘레프테리오스는 남다른 믿음과 뛰어난 신학적 조예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5세에 부제 서품을 받았고, 17세에는 사제가 되었으며, 20세에는 교황 아니키토스(Anikitos)로부터 일리리쿰(Illyricum, 오늘날 알바니아) 지역의 주교좌를 맡았습니다. 주교좌의 소재지는 아블로나(Avlona, 오늘날 블러러)였습니다.

엘레프테리오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Hadrian) 치세에 순교했습니다. 하드리아누스는 그가 신앙을 저버리도록 만들기 위해 일련의 끔찍한 고문을 명했습니다. 먼저 장군 필립을 아블로나에 보내 체포하게 했지만, 엘레프테리오스는 오히려 필립을 기독교로 개종시켰습니다.

며칠 후 엘레프테리오스는 로마에 도착해 스스로 황제 앞에 나섰습니다. 황제는 신앙을 버리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성인전(시낙사리온) 기록에 따라 여러 가지 혹독한 고문을 가했습니다. 먼저 붉게 달군 구리 침대에 눕혀 굽게 했으나, 하나님께서 시원함을 보내주어 고통을 덜어주셨습니다. 이어서 밑에서 숯불이 타오르는 달궈진 석쇠에 올려놓았지만, 하나님께서 즉시 개입하여 불을 꺼뜨리고 석쇠를 식히셨습니다.

분노한 하드리아누스는 수지, 밀랍, 역청이 담긴 큰 솥에 넣어 삶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신의 섭리가 개입하여 솥을 식히고 엘레프테리오스를 고문에서 풀려나게 하셨습니다. 그다음 로마 총독 코레몬(Koremon)이 황제의 고민을 해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는 안에 뾰족한 꼬치를 세운 놋쇠 화덕을 만들어 달군 뒤 엘레프테리오스를 던져 넣으려 했습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코레몬은 기독교인이 되었고, 엘레프테리오스 대신 스스로 화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신의 개입으로 그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으며, 직후 참수형을 당해 순교했습니다. 이어서 엘레프테리오스가 못이 박힌 화덕의 고문을 받을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셨습니다. 불이 꺼졌고, 뾰족한 못들은 그의 몸을 해치지 않도록 모두 휘어버렸습니다.

짜증이 난 하드리아누스는 성인을 감옥에 가두어 굶겨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햇볕조차 들지 않는 감방에서 하나님은 비둘기를 통해 그에게 양식을 보내주셨습니다. 성인이 감옥에서도 죽지 않자, 황제는 두 마리의 야생마 뒤에 그를 묶어 살이 찢기며 죽게 하라고 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천사가 말들을 길들이고 성인의 결박을 풀어 한 산으로 인도했습니다. 성인은 그곳에서 야생 짐승들 사이에서 기도하며 지냈고, 그 짐승들마저 길들였습니다.

산에서 성인을 목격한 사냥꾼들이 이를 황제에게 알렸고, 황제는 군인 분견대를 파견해 체포하게 했습니다. 야생 짐승들이 병사들에게 달려들었지만, 성인이 진정하여 굴로 돌아가라고 명하자 짐승들은 순순히 물러났습니다. 성인은 병사들을 따라가며 그들의 잘못을 깨닫도록 가르쳤고, 그중 일부는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습니다.

로마에 도착하자 황제는 성인을 투기장으로 이끌어 야생 짐승에게 물어 죽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다가온 암사자와 수사자는 공격하는 대신 그의 발을 핥으며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사자들의 행동과 "기독교인의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라는 군중의 함성을 지켜본 황제는 엘레프테리오스의 참수를 명했습니다. 어머니 안티아는 아들의 순교 장면을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안기 위해 달려갔지만, 집행관들이 그녀마저 참수해 버렸습니다.

성 엘레프테리오스 축일에는 교회가 어머니 안티아와 더불어 성 코레몬(로마 총독), 그리고 성인을 참수했다가 그리스도를 믿고 역으로 참수형을 당한 두 형집행관의 기억도 함께 기립니다. 성 엘레프테리오스의 성유물은 이탈리아 리에티(Rieti)에 있는 같은 이름의 교회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임산부의 수호성인

그리스에서 성 엘레프테리오스는 임산부의 수호성인으로 널리 숭배받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그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성인의 성화를 몸에 닿게 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 엘레프테리오스 트로파리온(축송)

지혜로운 엘레프테리오스여, 당신은 주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사제직의 부르심과 순교의 노래를 피로써 완성하였으며, 사탄의 교만을 짓밟았나이다. 신자들의 영혼을 위한 중보자가 되어 주소서, 지극히 거룩한 하나님의 어머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