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장벽은 언제, 왜 세워졌을까요?
높이는 몇 미터였고, 어디에 위치해 있었으며, 몇 명이나 그것을 넘으려 시도했고, 그중 몇 명이 반대편에 닿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까요?
장벽 건설에는 몇 명이 동원되었고, 감시에는 또 몇 명이 투입되었을까요?
이런 수치가 정말 중요할까요?
사실 이 정보들이 말해주는 것은 그저 장벽이 철저히 요새화된 국경 방벽이었고 하나의 도시를 둘로 갈랐다는 사실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죠. 이름 자체에 다 담겨 있으니까요, '베를린 장벽'이라는 이름에.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장벽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도시 밖에 살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말입니다. '죽음의 띠' 한쪽에 살던 사람들에게, 장벽의 '옳은 편' 혹은 '그른 편'에 살던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엇을 상징했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옳고 그른 편이었는지는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며,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1989년 11월 9일, 그 장벽은 무너졌고, 그 붕괴는 아마도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 다음으로 중요했거나, 아니면 진정한 의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끝을 상징하는 사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원시적인 숫자가 필요하다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벽의 구조와 규모
장벽의 높이는 3.6미터였으며, 1961년부터 1975년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건설되었습니다. 정확히는 1961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경계에 첫 번째 장벽이 세워졌고, 1965년에 개보수되었습니다. 그보다 안쪽, 1961년 장벽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곳에는 1962년 두 번째 장벽이 세워졌고, 역시 1965년에 개보수되었습니다.
두 장벽 사이에는 '죽음의 띠'라 불리는 회랑이 있었습니다. 폭 10미터 남짓의 이 지대는 서베를린 주변을 150킬로미터가 넘게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허가 없이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죽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장벽에는 약 13개의 통행로가 있었는데, 그중 9개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연결했고 나머지 4개는 서베를린과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을 연결했습니다.
철저한 감시망
통행로와 장벽 전체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약 1천 명의 국경경비대와 3백여 개의 군용견 부대가 감시했고, 3백여 개의 감시탑 위에서는 6백 명이 넘는 저격수가 항상 경계 태세를 유지했습니다. 빈틈조차 없게 하기 위해 '죽음의 띠'는 상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대전차 해자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장벽의 목적과 결과
장벽은 동독 주민들이 서베를린에 도달해 그곳에서 서독(독일연방공화국)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임무를 아주 충실히 수행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1961년 장벽 건설부터 1989년 붕괴까지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겨우 5천 명뿐이었으니까요. 그나마 많은 수가 1961년 8월 13일부터 15일 사이, 장벽이 아직 철조망 울타리에 불과하던 시기에 넘어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1961년부터 1989년 사이 탈출을 시도하다 약 6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참고로 장벽 건설 직전인 1958년부터 1961년 사이에는 약 250만 명이 서베를린과 서독, 그리고 서방 세계를 잇는 항공 교두보를 이용해 동독을 떠났습니다.
장벽 건설 비용
장벽 건설에 든 총비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75년의 마지막 현대화 공사에 동독 정부가 약 1천6백만 마르크를 지출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기준 약 5천만 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 데이터만으로 부족하다면, 이 글과 함께 공개된 영상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영상에서는 원시적인 데이터 외에도 특정 선택이 이루어진 배경과 당시의 국제적 분위기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또한 잔루카 팔란가(Gianluca Falanga)가 엮은 안솔로지 『하늘은 나눌 수 없다: 베를린 장벽 이야기』와 울리히 멜레르트(Ulrich Mählert)의 『동독, 1949~1989 짧은 역사』, 잔루카 팔란가의 『편집광의 부처: 슈타지의 역사』, 안나 훈더(Anna Funder)의 『옛날에 동독이 있었다』, 티머시 가튼 애시(Timothy Garton Ash)의 『더 파일(The Dossier)』 등의 저서도 함께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