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 앙투아네트(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속 장면). 천연두 백신조차 새로운 헤어스타일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베르사유로 향하던 시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통치 시기에는 가장 진지한 사안조차 모두 베르사유로 향했습니다. 어떤 계기든 충분했고, 그때마다 의상이든 헤어스타일이든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궁정의 귀부인들은 뉴스와 사회적 화제 같은 당대의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기발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배 모양 장식을 머리 위에 올린 스타일이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였죠.
루이 16세의 백신 접종, 그리고 '라 노클라시옹' 스타일의 탄생
이러한 유행은 천연두 백신 접종 앞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루이 16세가 신하들에게 솔선수범하기 위해 자진하여 백신 접종을 받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용기 있는 결정이었는데, 당시 백신은 도입 초기의 실험 단계였고, 천연두는 전임 왕 루이 15세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 심지어 저명인사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던 무서운 질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귀부인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머리를 '아 라 노클라시옹(l'inoculation)', 즉 '접종풍'으로 연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머리 위에 얹힌 의학의 상징
새롭게 유행한 이 과장된 헤어스타일은 머리카락을 높이 모아 올린 뒤, 고대 의학의 상징인 뱀이 휘감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그 주위를 두른 떠오르는 태양을 장식으로 얹는 형태였습니다. 이 장식은 과학이 질병을 이겼다는 승리를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키치한 유행이었지만, 베르사유에서는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