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벼룩 색 '쿨레르 풀체': 베르사유 궁전을 휩쓴 기묘한 패션 유행

벼룩 색  쿨레르 풀체 : 베르사유 궁전을 휩쓴 기묘한 패션 유행

‘벼룩 색(color puce)’을 탄생시킨 로즈 베르탱의 초상화

왕비의 옷차림이 곧 법이었던 시절

18세기 후반,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패션계의 법칙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왕비가 착용하는 모든 것은 궁정 귀부인들의 즉각적인 모방 대상이 되었고, 그녀의 선택은 그 자체로 최신 유행이 되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랫동안 프랑스 최고의 밀리너(모자·의상 장인)였던 로즈 베르탱(Rose Bertin)의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그녀는 매주 두 번 궁전을 방문해 왕비에게 가장 앞선 헤어스타일과 드레스의 새소식을 직접 선보였습니다.

루이 16세가 붙인 이름, ‘벼룩 색’

영감과 상상력이 넘치던 로즈 베르탱은 어느 날 특별한 색조의 원단을 선보였습니다. 붉은기가 감도는 흙빛 갈색, 일종의 독특한 중간 톤이었는데,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루이 16세는 이 색을 보고 “벼룩 색(color puce)”이라 불렀습니다. 실제로 '풀체(puce)'는 프랑스어로 벼룩을 뜻하며, 벼룩을 으깼을 때 나오는 빛깔을 연상시키는 색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베르사유는 이 새로운 색조의 옷과 액세서리로 말 그대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무한히 변주된 벼룩 색의 세계

원조 ‘벼룩 색’은 곧 수많은 변형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늙은 벼룩(puce vieille)’부터 ‘젊은 벼룩(puce jeune)’, ‘벼룩 배(puce ventre)’까지, 나아가 ‘벼룩 다리(cuisse de puce)’라는 이름까지 등장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의류든 액세서리든, 그 귀여운 작은 벌레를 연상시키는 무언가를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리의 벼룩이 궁정 전체의 패션을 지배했던, 참으로 기묘하면서도 흥미로운 유행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