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었을까, 우정이었을까?
마리 앙투아네트와 한스 악셀 폰 페르젠. 프랑스의 왕비와 스웨덴 출신의 귀족 외교관이었던 이 두 사람은, 과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을까? 아니면 깊은 상호 존중과 신뢰로 굳건해진 특별한 우정이었을까?
두 사람의 유대가 확실하게 견고하고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그 관계의 본질은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프랑스 왕비와 백작이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체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우리는 2세기 이상 전에 살았던 인물들의 사생활을 함부로 헤집는 판단에 매몰되기보다는, 그들이 직접 남긴 말에 귀를 기울여 보고자 한다.
1793년 6월 28일, 감옥에서 보낸 편지
이러한 의미에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방대한 편지는 그 어떤 기록보다도 많은 것을 말해 준다.
1793년 6월 28일,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렇게 적었다.
"나를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국민의회는 관대한 처분을 내릴 겁니다.
안녕히 계세요, 내 사랑하는 사람이여.
할 수 있다면 마음을 진정하세요.
몸조심하세요. 나를 위해서라도 부탁합니다.
더 이상 쓸 수가 없지만, 세상 그 무엇도 제가 당신을 죽음까지 사모하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어요."
단두대 소식, 그리고 무너진 페르젠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낙관적인 예측과 달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같은 해 10월 16일 전(前) 프랑스 왕비는 파리 혁명광장의 단두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페르젠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던 중 브뤼셀에 머물러 있었는데, 바로 그곳에서 그 끔찍한 소식을 접하고 크게 좌절했다.
그는 훗날 회고록에 이렇게 남겼다. "이런 결말을 미리 각오하고 있었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마지막 만남이 남긴 선물, 반지와 한 장의 카드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순간에는 더욱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페르젠에게서 예전에 받았던 반지를 돌려주면서, 함께 이탈리아어로 짧은 문장을 적은 카드를 건넸다.
그 문장은 이러했다. "나의 모든 길은 당신에게로 인도된다."(Tutto a te mi guida)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운명처럼 얽혔다가 비극으로 끝난 두 사람의 관계. 그것이 사랑이었든 깊은 우정이었든, 남겨진 편지와 유품들은 그 진심 어린 정을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