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총력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쟁터로 떠나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덕적 신념, 종교적 신앙, 정치적 이념, 혹은 개인적인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전장에 나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싸움을 거부했을까요?
양심적 병역 거부
일부 사람들은 전쟁과 폭력 자체에 대해 도덕적·종교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떤 전쟁에서도 싸우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믿거나, 전쟁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conscientious objector)'로 불렸습니다.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의 반대
정치적 이유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은 전쟁이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며, 지배 계급이 노동자들을 억누르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의 좌파 진영은 "노동자는 노동자에게 적이 되지 않는다"는 구호 아래 반전 운동을 펼쳤습니다.
반전 정서와 평화주의 사상
전쟁 발발의 명분 자체를 의심하고, 전쟁을 끔찍하고 파괴적인 힘으로 여기는 반전 정서도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었습니다. 갈등은 무력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평화주의(pacifism) 사상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사정
모든 거부가 신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족 부양 책임, 건강 문제, 다른 진로를 추구하고자 하는 소망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징병 회피
징병 대상이 된 일부 사람들은 군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의학적 면제를 받기 위해 애쓰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당국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는 방식 등이 그 예입니다.
'비겁자'가 아니라 신념을 가진 사람들
주목할 점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싸우는 것을 거부한 모든 사람이 "비겁자"나 "비애국자"로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상당수는 진지한 도덕적·종교적·정치적 확신에 따라 행동했으며, 그 대가로 심각한 차별과 박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감옥에 갇히거나 조롱받았고, 심지어 처형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선택은 오늘날에도 양심과 신념의 자유라는 주제로 회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