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역사

팻 개릿과 빌리 더 키드,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숙명적 대결

서부 개척 시대를 상징하는 두 남자

미국 서부 개척 시대(Wild West)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담아낸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연방 보안관 팻 개릿(Pat Garrett)과 무법자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의 숙명적인 대결일 것입니다.


불우한 유년기와 도적의 길

무법자 윌리엄 보니(William Bonney), 즉 빌리 더 키드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이 쓰여 왔습니다. 본명 윌리엄 헨리 매카시는 1859년경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그는 어머니 캐서린과 형제를 따라 여러 주를 떠돌며 지냈습니다. 어머니가 새 짝을 만나 한동안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1874년 어머니가 뉴멕시코 실버시티에서 세상을 떠나고 의붓아버지마저 애리조나로 떠나면서 소년은 완전히 홀로 남게 됩니다.

스스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빌리는 자연스럽게 법과 충돌하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수감된 감옥에서 놀라운 탈옥 능력으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사건의 경우 상대가 먼저 덤벼든 정당방위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사실입니다.

링컨 카운티 전쟁, 운명을 바꾼 계기

1877년, 젊은 윌리엄은 총솜씨 좋은 총잡이라는 평판 덕분에 뉴멕시코 링컨에 있던 영국인 존 H. 턴스톨(John H. Tunstall)에게 고용됩니다. 당시 그곳에서는 군대와 인디언 보호구역에 공급할 식육 계약을 둘러싼 통상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턴스톨과 그의 경쟁자인 전직 군 장교 로렌스 G. 머피(Lawrence G. Murphy) 양측 모두 강력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 있었고, 분쟁은 결국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공개 전쟁으로 번졌습니다. 양측 진영의 위상이 워낙 높았던 탓에 희생자 중 일부는 법 집행관이었으며, 빌리 더 키드 역시 이러한 사망 사건들 일부에 연루되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안관 살해 혐의가 빌리에게 얹히면서, 뉴멕시코 신임 주지사가 내린 사면령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이 주지사는 바로 소설 『벤허(Ben-Hur)』의 저자로 유명한 루이스 월리스(Lewis Wallace)였습니다.

현상금이 걸린 무법자, 그리고 팻 개릿의 등장

이후 빌리는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무법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고, 그의 목에는 현상금이 걸립니다. 그가 받은 살인 혐의 중 실제로 저지른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지만, 확실한 사실은 그가 이 지역에서 법 집행관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의 1순위 표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무렵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 팻 개릿이 무대에 등장합니다. 개릿의 삶은 19세기 서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인물상, 즉 어느 순간 법의 편으로 넘어가 보안관 배지를 달고 하루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모험가들을 추적하는 총잡이의 이야기입니다.

추격의 끝, 1881년 7월 14일

팻 개릿과 빌리 더 키드가 이전에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설이 만들어졌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지냈다는 것은 분명히 입증된 사실이지만, 일부 주장처럼 친구 사이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개릿에게 빌리의 검거가 인생 최대의 과업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1880년 개릿은 '키드'를 체포하는 데 성공하고, 빌리는 링컨에서 열린 재판 끝에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빌리는 감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안관 부관 두 명을 살해합니다.

마침내 1881년 7월 14일, 빌리의 지인에게 받은 제보를 따라 개릿은 뉴멕시코 포트 섬너(Fort Sumner)의 목장에서 그를 찾아내 세 발의 총탄으로 빌리 더 키드의 생명을 끝장냈습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물한 살이었습니다. 그에게 돌려진 수많은 살인 혐의 중 실제로 저지른 것이 무엇인지는 오늘날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빌리 더 키드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무법자의 원형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서부 개척 시대의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께는 그레고리오 도발(Gregorio Doval)의 『서부 개척 시대 짧은 역사: 총잡이와 무법자들(A Brief History of the Wild West: Gunmen and Outlaws)』을 다시 한번 추천합니다. 특히 빌리 더 키드와 팻 개릿의 이야기에 관해서는 마크 리 가드너(Mark Lee Gardner)의 『To Hell on a Fast Horse』를 권합니다. 이 글은 두 책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