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네로는 콜로세움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희생시켰을까? 영화 '쿼바디스'와 역사적 사실

영화 '쿼바디스?'가 그린 네로와 콜로세움

영화 쿼바디스?(Quo Vadis, 1953)를 보신 분이라면, 네로 황제가 콜로세움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야수에게 잡아먹히는 광경을 응시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실 것입니다. 영화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로마 장군 마르코 비니치오는 전선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그 공을 인정받아 네로 황제(피터 유스티노프의 명연)에게 기독교 노예 리기아를 하사받고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한편 네로의 폭주는 날로 심해져, 정신 착란 상태에서 로마를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린 뒤 그 죄를 기독교 집단에 돌립니다. 세력이 커지던 기독교 공동체는 로마인들에게 위협으로 여겨지고, 보복을 피하려던 마르코가 리기아와 그 가족을 찾아갔지만 모두 포로로 잡힙니다. 네로는 이들을 콜로세움에서 짐승에게 던져 죽이라고 선고하지요. 황제의 고문이자 마르코의 삼촌인 페트로니우스는 "이 결정은 기독교인들을 순교자로 만들 것이므로 실수"라고 경고하지만, 착란에 빠진 황제는 듣지 않고 스스로의 운명을 저주하는 행보를 걷습니다.

'콜로세움'이라는 이름의 유래

흥미롭게도 '콜로세움'이라는 이름 자체가 네로와 얽혀 있습니다. 원형극장 옆에는 네로 황제가 세운 높이 30m가 넘는 청동 거상, 콜로서스(Colossus)가 서 있었고, 이 거상의 근접성 덕분에 원형극장은 '콜로세움'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연결과 명칭상의 연결, 두 가지를 먼저 짚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둘이 겹치면 네로가 실제로 콜로세움에서 그리스도인을 희생시켰다고 오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답은 분명합니다. 네로는 콜로세움에서 기독교인을 희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가 사망할 당시 콜로세움의 건설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로는 콜로세움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희생시켰을까? 영화  쿼바디스 와 역사적 사실

▲ 기독교 순교자들의 마지막 기도 (장 레옹 제롬)

네로의 황금궁전 '도무스 아우레아'

65년 로마 대화재 이후 네로는 도시에 없었고, 과대망상과 예술에 대한 사랑에 걸맞은 궁전을 계획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로마 역사상 가장 화려한 건물, 도무스 아우레아(Domus Aurea, 황금의 집)입니다.

  • 프레스코화·금·상아·보석으로 장식된 50헥타르 규모의 호화로운 홀
  • 노예들이 꽃과 향수를 뿌리는 해치가 설치된 지붕
  • 물의 힘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는 황금 돔의 거대한 홀
  • 정원과 아케이드 파티오, 개인 공간만 300개가 넘는 방
  • 대규모 인공 석호 스타그눔 네로니스(Stagnum Neronis)

또한 도무스 아우레아의 아케이드 현관에는 헬리오스의 속성을 지닌, 높이 30미터가 넘는 네로를 상징하는 청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네로는 자신의 대작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68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플라비우스 왕조가 완성한 콜로세움

네로의 후계자이자 플라비우스 왕조의 초대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는 72년, 도무스 아우레아의 인공 석호가 있던 바로 그 부지에 원형극장 건설을 명령합니다. 80년에는 그의 아들 티토가 이 원형극장을 암피테아트룸 플라비움(Amphitheatrum Flavium)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건축물은 거상 '콜로서스'와의 근접성 덕분에 이탈리아어로 콜로세오(Colosseo), 스페인어로는 콜리세오(Coliseo)로 불리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콜로세움'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